한 시중은행 점포를 찾은 고객들이 은행원의 상담을 받고 있다. / 사진=뉴시스


내년 4월부터 시중은행 영업점이 오전 9시가 아닌 9시 30분에 문을 열게 될 전망이다. 은행권 노사가 평일 정규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하는 걸 골자로 하는 단체교섭안에 잠정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루 대면 영업시간이 7시간에서 6시간 반으로 줄면서 은행원의 업무 부담은 덜게 됐다. 하지만 오전 일찍 은행 일을 보고 출근하려는 직장인 등의 불편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은행 개점 시간을 9시 반으로 늦추고, 올해 총액 임금 인상률을 3%로 하는 데 28일 잠정 합의했다. 업무 마감 시간은 오후 4시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고객들로선 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30분 짧아진다. 금요일에는 은행 노사가 작년 10월 합의한 '1시간 조기 퇴근제'에 따라 고객 응대 마감 시간이 30분 더 앞당겨진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021년 7월부터 이듬해 말까지 영업시간이 한시적으로 준 적이 있지만, 정규 영업시간 7시간 체제가 바뀌는 건 은행권에 토요 휴무가 도입된 2002년 이후 약 25년 만의 변화다.



오전 9시 은행 점포 문을 열려면 직원들은 9시 이전에 출근해 준비할 수 밖에 없고, 이런 관행을 바꾸려면 개점을 늦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노조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고객 감소를 이유로 은행들이 점포 수를 축소한 탓에 점포당 방문객이 늘고, 대면상담 대기시간은 길어진 상황에서 영업시간까지 줄이는 데 대한 금융 소비자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벌써부터 "은행은 반차, 연차라도 내야 갈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란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스마트폰, PC를 이용한 '디지털 뱅킹'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이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불편을 집중적으로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은 민간 기업이지만 공공성이 크다. 정부 인허가를 받는 산업으로서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정부 정책에 따라 수익을 창출하기도 하는 은행들이 사회적 동의를 구하는 절차 없이 노사 합의만으로 영업시간을 뚝딱 단축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9시에 문을 여는 대다수 정부, 공공기관과 은행 개점시간 사이에 시차가 벌어질 경우 업무 처리과정에서의 효율성 저하,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증가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조에 친화적인 현 정부의 기조를 의식해 은행들이 노조 측 요구를 쉽게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4대 시중은행 임직원이 올해 상반기에 받은 평균 급여는 전년 동기대비 12.6% 증가한 7150만 원으로, 연봉으로 따지면 1억 원을 크게 넘어선다. 최상급 처우를 누리면서 소비자 편익 감소는 도외시하는 은행 노조의 행태를 보는 국민 눈길이 고울 수 없는 이유다. 영업시간 단축에 최종 합의하기에 앞서 은행 노사는 새벽이나 심야, 주말에도 운영하는 영업시간 탄력점포 확대, 점심시간 창구 직원 충원 등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대안부터 먼저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