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 활주로에서 열린 제78회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강신철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장병이 북한군 지뢰에 다친 사고는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벌이는 '국경선 요새화' 작업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북 확성기 재설치가 쉽지 않은 만큼 대신 공중 정찰을 강화해 북한의 요새화 작업을 감시하고 압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우리 정부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군은 2015년 8월 파주 DMZ 목함지뢰 사고 직후와는 다른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육군 1사단 수색대원 2명이 크게 다치자 군은 11년 만에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군 당국은 이번 육군 25사단 DMZ 지뢰 폭발 사고가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 작업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강현우 합동참모본부(합참) 작전본부장은 전날 국방부 청사에서 발표한 지뢰 사고 관련 입장문에서 "지난 9월 21일 MDL 이남에서 정상적인 수색작전을 수행하던 우리 장병들이 북한군의 지뢰에 의해 심각한 부상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북한은 소위 국경선 요새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활동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병 2명이 중상을, 1명이 경상을 입은 이번 사고는 유엔군사령부 요청으로 북한군 지뢰 매설 추정 지역을 수색하기 위한 사전 작업 중 일어났다. 합참과 유엔사는 지난달 27~29일 합동 현장 조사에서 북한군 수지(플라스틱) 반보병 지뢰 1발을 발견하고 북한군의 MDL 이남 지뢰 매설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다. 군은 "상응한 조치"를 예고했고 유엔사는 "확립된 정전협정 체계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MDL 일대에서 지뢰 매설을 포함한 요새화 작업을 계속하는 만큼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2023년 12월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4년부터 MDL 이북 지역에서 ▲지뢰 매설 ▲철책 설치 ▲대전차 방벽 건설 ▲경의선·동해선 연결 도로·철도 폭파 등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이어왔다. MDL은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그어진 남북 군사 경계선이다.



진영승 합참의장이 지난 8월27일 공군 전투비행단을 방문해 중고도정찰무인항공기(MUAV)를 점검하며 작전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합동참모본부 제공)


문제는 남북이 인식하는 MDL이 다르다는 점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시대]와의 통화에서 "MDL에서 남·북한이 각 2㎞씩 해서 DMZ를 설정하는데 MDL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다"며 "정해진 선이 있지만 북한은 MDL 자체를 무력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MDL을 기준으로 요새화 작업을 계속하면 MDL 침범이 더 잦아지고 지뢰 사고 위험도 커질 수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 국방정보본부는 전날 북한군의 MDL 침범 횟수를 묻는 유 의원 질의에 "북한군은 8월 20여 회, 9월 30여 회 MDL을 침범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답했다. MDL 침범은 북한이 요새화 작업을 본격화한 2024년 3회에서 지난해 17회로 늘었다. 올해는 8~9월 두 달 만에 50여 회로 지난해 연간 횟수의 3배에 육박한다. 3년간 누적 침범 횟수는 70여 차례다.

확성기 재설치처럼 대북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카드를 꺼내기 어려운 만큼 다른 대응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두 달 만인 지난해 8월 최전방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를 철거했다. 국경선 요새화를 견제하면서 이번 지뢰 사고에도 대응하려면 대북 정찰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공중 감시·정찰 자산을 늘리면 북한의 추가 지뢰 매설을 억제하는 동시에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MDL 인근 공중 정찰은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다. 2023년 7월 미국 정찰기 RC-135·U-2S·글로벌호크가 공중 정찰에 나서자 당시 노동당 부부장이던 김여정 부장은 이틀 연속 담화를 내고 미군 정찰기가 자신들의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하면 "매우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같은 해 11월 22일 정부가 9·19 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고 최전방 감시정찰 자산을 투입해 대북 정찰을 재개하자 북한 국방성은 이튿날 성명을 내고 9·19 군사합의에 더는 구속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북 확성기 설치는 현 정부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며 "(국경선 요새화 사업을) 감시하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공중 감시를 강화하고 무인 시스템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