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중략)…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1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건물 안에서 그룹 015B(공일오비)의 노래 '이젠 안녕'이 흘러나왔다. 검찰청으로의 마지막 출근길에 나선 직원들을 위로하기 위해 누군가 이 노래를 틀어놓은 것이다. 이날을 끝으로 78년 역사의 검찰청은 사라진다. 오는 2일부턴 검찰청 대신 공소청이란 새 조직으로 출근해야 한다.
10여분 뒤 중앙지검 앞 주차장에 통근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직원들은 평소와 달리 걸음을 멈추고 건물을 올려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모습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건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춘 동료의 사진을 찍어주던 한 검사는 "평범한 직장인이기도 하지만, 평생을 사명감을 갖고 일했다. 지금은 그냥 씁쓸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고 했다.
이날 [시대]가 찾은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청사 정문 현판에는 각각 '서울광역공소청' '서울중앙지방공소청'이라는 새 명칭이 막 새겨지고 있었다. '검찰 지우기'는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됐다. 청사 내·외부를 비롯해 근처 길목 안내판에 있는 검찰 로고까지 지우는 작업이 이어졌다.
검사들의 아쉬움과 한탄의 목소리는 지방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검사는 [시대]에 "오늘 검찰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인사이동이 예정된 동료들의 이삿짐 정리나 도와줘야 할 판"이라며 "마음도 뒤숭숭하고 오늘 오후부턴 일 자체를 할 수가 없어 조퇴하고 동료 검사들과 술이나 마시러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부터 검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접속이 전면 중단돼 업무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오는 2일 공소청 내부 인사이동이 예정된 검사들은 업무정리와 인수인계를, 현재 공소청에 남는 검사들은 출범에 대비해 하위 법령을 정비하고 지침도 새로 만들고 있다"며 "같은 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이동하는 검사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인력 재배치 작업도 같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소청과 같은 날 개청을 앞둔 중수청도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중수청 본청과 서울청은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빌딩 2층 로비를 시작으로 3~17층을 사용한다. 문제는 인사과와 기획재정과, 감찰담당과를 비롯해 채증·모바일분석실 등이 있는 9~17층(상층부)은 아직 공사 중이어서 연말은 돼야 상주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날 오전 상층부에는 각종 인테리어 자재와 비품 상자들이 어지럽게 방치돼 있었다. 층마다 인부 3~5명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건물 안에는 먼지와 접착제 냄새가 가득했다. [시대] 취재진이 공사가 한창인 상층부를 30여분간 둘러봤는데, 금세 목이 칼칼해졌다. 한 인부는 "지금은 기초작업만 하는 상황"이라며 "각종 설비가 추가로 들어오면 최종 마무리까지 몇 주는 더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상층부와 달리 3~8층은 브리핑룸과 대강당이 있는 6층을 제외하고 대부분 공사가 마무리된 상태였다. 이제 갓 공사를 마친 '새집 냄새'가 층마다 가득했다. 주요 수사과 사무실이 들어설 이곳은 수백대의 컴퓨터와 책상이 설치돼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8시30분이 되자 사무실 형광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이날 선발대로 출근한 수사관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같은 사무실을 쓰게 될 이들은 서로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오전 9시가 되자 8층 사무실에선 팀장들을 중심으로 가벼운 상견례가 진행됐다. 선발대로 처음 출근한 수사관은 "본청엔 대략 40명 정도가 오늘 선발대로 처음 출근했고, 서울청은 인원 대부분이 내일 정상적으로 출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수사관들의 새 출근길에선 일부 혼란도 빚어졌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중수청 정문 앞에선 '형사사법체계 파괴 규탄'을 주제로 국민의힘의 현장 의원총회가 열렸다. 이에 앞서 중수청 직원들은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오전 9시30분쯤부터 모든 출입문을 걸어 잠갔다. 그러자 사무실로 복귀하려던 수사관들조차 보안팀 직원에게 일일이 자신의 신분을 밝힌 뒤에야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일부 수사관들은 아직 출입 등록이 되지 않아 수동으로 보안문을 열어야 하는 '해프닝'도 자주 목격됐다. 2층 로비에는 엘리베이터 탑승 전 출입증을 찍거나 안면을 인식해야 하는 보안문이 있었다. 하지만 수사관들에게 중수청 출근 공지가 늦게 전달됐고, 이날은 일부 선발대만 파견된 탓에 아직 출근 절차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중수청 인원은 전체 정원(2874명)의 68% 수준인 1962명만 채워진 상태다. 인원은 부족하고, 사무실 공간은 여전히 공사 중인 상태에서 언제쯤 정상적인 수사 체계를 갖출 수 있을지 미지수다. 중수청은 이날 판사 출신 전종민 법무법인 KnC 변호사를 본청 차장에, 검찰 출신 최재민 변호사를 서울중수청장에 각각 임명했다. 중수청으로 옮긴 유일한 현직 검사장인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광주중수청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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