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사흘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건물 입구에 중수청 간판이 설치된 가운데 관계자들이 문 앞을 지키고 있다./사진=뉴시스


78년 만의 형사사법체계 대개편이 결국 수장 공백과 인력 부족, 전산 시스템 미비라는 미완성 체제로 2일 첫발을 떼게 됐다. 수사기관 내부에서는 '개문발차'를 넘어, 문은 열었지만 출발조차 못 하는 '개문주차'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법이 통과된 뒤 1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는데도 이런 상태로 출범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미비점을 서둘러 보완하고, 초기 혼선을 막기 위한 긴급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제도 안착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중대범죄수사청 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울 중구의 청사는 지난달 30일에도 내부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간판은 달았지만 직원 인사와 배치는 물론 내부 통신망, 전산 시스템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중수청 사건이 아닌 경우 경찰로 빨리 넘겨야 하지만, 형사사법정보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아 수작업으로 일일이 사건을 이첩해야 할 상황이다. 중수청 근무가 예정된 검사와 수사관들은 어느 지역, 어떤 부서에서 일할지도 통보받지 못했다.



인력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중수청은 정원 2874명 가운데 68%인 1962명을 충원 대상자로 뽑았다. 특히 간부에 해당하는 5급 이상의 수사관 임용 예정자는 정원 30%가량인 212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가뜩이나 새로 출발하는 조직에서 경험있는 간부마저 모자라면 수사팀 지휘와 주요 사건의 의사 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중수청이 미완의 상태로 출발하면서 당장 사건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범죄 피해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중수청·공소청·경찰이 사건 접수와 이첩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실시간 협의 체계도 가동해야 한다. 그나마 공소청은 기존 지검장을 지방공소청장으로 임명하고,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은 새 체제 출범 뒤에도 90일까지 처리하도록 담당 간부를 배치하는 등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기존 조직을 이어받는 공소청과 달리 중수청은 조직과 업무 체계를 사실상 처음부터 구축한다는 점에서 출범 초기의 부담이 더 크다. 이를 지휘할 중수청장 리더십이 절실한 이유다.

그러나 중수청장 인선은 후보자를 뽑아 놓은 상황에서 계속 지연돼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 출신인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해 여권과 지지자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3주 넘게 장고를 거듭했다. 그러다 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처음으로 김 후보자 임명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수사기구 책임자에 검사 출신을 쓰지 말라는 것은 중수청을 망치자는 것과 같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반대자 설득에 나선 것이다. 이후 청와대가 브리핑을 하고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라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며 인사청문 요청안을 곧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인사 절차를 다시 밟게 된 것은 다행이다. 국회도 정파적 공방보다는 수사 전문성과 조직관리 능력, 정치적 중립성 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중수청장 인선과 조직 정비가 늦어질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조직 정비에, 국회는 인사 검증에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