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에 한국이 투자할 계획이라고 30일 발표했다.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을 통해 우리 정부가 미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3500억 달러 가운데 500억 달러(약 68조 원) 이상이 해당 사업에 투입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알래스카 LNG 개발은 불투명한 경제성 등의 이유로 한국 정부가 투자의사를 확정하지 않은 사업이란 점이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 내의 정치적 필요성만을 고려해 한국의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과 맺은 협정 덕분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발표하게 돼서 기쁘다"라고 했다. 미국 측이 밝힌 투자 대상 및 투자액은 8개 신규 원자력 발전소에 1200억 달러, 6GW(기가와트) 규모 텍사스 가스발전 시설에 200억 달러, 알래스카 LNG에 500억 달러 이상 등이다. 조선업 관련 대미투자 1500억 달러를 제외한 한국 대미 투자액의 대부분이 미국의 에너지 부문 사업에 집중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 발표에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양국이 사전에 협의한 것과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북단에서 남단까지 1300km의 파이프라인을 깔고, 이를 통해 북부 가스전에서 채굴된 천연가스를 한국, 일본 등지로 수출하는 이 프로젝트는 원리금을 회수하기 쉽지 않은 고위험 사업이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 "알래스카 LNG 사업은 상업성이 확인되고, 대한민국 법 절차에 부합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워킹(working·실무협의)'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란 메시지를 올렸다. 투자를 위한 실무협의를 막 시작했을 뿐 확정된 게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놓고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이번 발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거센 도전으로부터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지역인 알래스카를 방어하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란 해석이 많다. 한국이 투자 의사를 부정할 경우 트럼프 정부는 대미투자를 대가로 25%에서 15%로 낮춘 한국산 제품의 수입 관세를 다시 인상하는 등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 관세가 높아진다면 한국은 심각한 경제적 충격을 받게 된다.
지금 한국으로선 미국과 추가 협상을 통해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의 투자위험을 줄일 방법을 찾는 게 최우선 과제다. 사업 진행 단계별로 경제성을 치밀하게 재점검하면서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사업성을 뒤집는 결정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투자를 멈출 수 있는 안전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우리 건설·에너지·조선·철강 기업의 참여도를 크게 높여 간접적인 이익 창출의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양국이 모든 대미 투자사업을 통합해 손익을 계산하기로 한 만큼 알래스카 LNG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다른 사업에서 벌충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미국 정부가 사업조건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최악의 상황에선 투자계획을 전면 재조정할 길도 터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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