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하준경 경제수석을 정책실장으로 임명했다/사진=뉴시스(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으로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을 임명했다. 김용범 초대 실장이 레버리지 ETF와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한 책임론 속에서 하차한 지 한 달만이다. 하 실장에게 주어진 임무는 명확하다. 국정 지지율 하락 속에서 국민 신뢰를 회복할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제 성과도 내야 한다.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도 불리던 하 실장은 물러난 김용범 실장과 함께 증시·부동산·산업 정책을 설계하고 조율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책임을 같이 묻는 대신 하 실장을 경제 사령탑으로 승진 임명했다. 경제 라인의 전면 쇄신보다 연속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읽힌다. 성기홍 홍보수석도 "기존 정책 기조를 가져간다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미 통상 협상,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 등 굵직한 경제 현안의 안정적 관리를 감안할 때, 내부 인사를 발탁한 것은 정책 연속성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하 실장이 무엇보다 성과를 내야 할 정책은 '민생'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증시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내놓은 레버리지 ETF는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년 일자리 사정도 녹록지 않다. 수출과 성장률 등 거시지표가 좋아져도 부동산과 일자리에서 국민이 변화를 느끼지 못하면 성공한 경제정책으로 볼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듯 청와대도 이번 인사에서 민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책의 연속성을 언급하면서도, 동시에 성장의 온기가 서민들에게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하 실장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주거·일자리·서민금융을 3대 핵심 사회정책으로 제시하면서 양극화 완화를 천명했는데, 새 경제 라인을 통해 국민이 이를 체감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구호나 약속이 아닌 성과다. 정책 연속성을 고려하다 비슷한 정책을 답습해선 안 된다. 정부 출범 이후의 집값과 일자리, 자본시장 정책이 기대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면 필요에 따라 정책 방향과 수단을 바꾸는 결기도 보여야 한다. 하 실장이 먼저 대통령에게 정확한 현장 정보와 상황을 신속하게 전달하고 쓴소리도 할 필요가 있다. 특정 지지층이나 정치적 이해를 의식해 효과가 떨어지는 정책을 계속 고집한다면 전임 경제팀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뿐이다.



특히 하 실장은 대통령의 '공정 성장' 담론을 설계한 인사다. 성장 과실을 고루 나눈다는 이유로 분배 확대에 치우쳐서도 안 된다. 민생을 개선하려면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북돋우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은 하 실장이 오랫동안 연구해온 분야이기도 하다. 부동산과 일자리 등 민생 정책에서는 이념이나 명분보다 시장에서 나타나는 실제 효과를 따져야 한다. 정책이 기대와 다른 결과를 낳으면 주저 없이 수정하는 실용적 자세가 필요하다. 하 실장에게는 자신이 설계하고 추진한 정책까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하는 쉽지 않은 숙제가 있다. 내부 승진 인사가 정책 답습으로 끝날지, 과감한 보완으로 이어질지는 결국 그의 선택에 달렸다. 국민은 달라진 삶으로 새 정책실장을 평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