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에서 열린 개청식에서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전종민 청장 직무대리(차장)는 "지난날의 과오를 거울삼아 절제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고 말했다./사진=뉴스1



검찰청이 78년 만에 문을 닫고,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과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는 중수청이 2일 출범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준비는 제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중수청은 정원의 66%만 채웠고, 경찰 전산망과 외부 유치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형편이다. 불안한 '개문발차'지만 국민의 수사 요청은 이미 시작됐다. 첫 날 오전에만 30건 넘는 고소·고발이 접수됐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민에게 기다려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한 데 이어 이날 "청문회를 거친 후에 최종 임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사건의 재수사를 명령했다가 좌천된 이력 등을 들어 "최소한 친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도 했다. 그러나 여권 내부의 공방은 여전하다. 김 후보자를 밀정과 나치 전범에 빗댔던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추천받은 맛집의 위생과 음식이 부실했다는 비유의 글을 다시 올렸다. 당내 다른 쪽에서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중수청장의 적격성은 엄정히 따져야 한다. 권력과 거리를 두고 중대범죄 수사를 이끌 능력이 있는지, 과거 부적절한 처신은 없었는지 검증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판단 기준은 구체적 사실과 근거여야 한다. 친윤·반윤 분류나 자극적인 비유만으로는 자질을 가리기 어렵다. 검증 기준은 새로 내정된 지휘부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이들 중에는 범여권 인사의 변호인이나 특검보를 지낸 인사가 여럿 포함돼 있다. 중립성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하면 중수청은 출발부터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워진다.

지금은 정치적 공방에 힘을 쏟을 만큼 사정이 한가하지 않다. 공소청과 중수청은 물론 법무부와 경찰청까지 정식 수장이 없다. 기존 사건을 이관하고 새로운 업무 절차를 정착시켜야 할 시기에 지휘부 공백까지 겹친 것이다. 기관 간 관할 다툼이나 기록 이송 지연으로 수사가 늦어지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준비 부족을 현장 실무자들의 노력만으로 메우려 해서도 안 된다.

예정된 출범일까지 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수장 공백을 해소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국회는 인사청문 절차를 서둘러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대통령 역시 검증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실과 문제점을 최종 판단에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인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현장의 혼선을 줄이는 일은 미룰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사건 이첩과 관할 조정 기준을 명확히 해 수사 지연과 책임 떠넘기기를 막아야 한다. 인력 충원과 전산망 정비 일정도 제시하고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제도적 허점이 드러나면 보완입법에도 나서야 한다. 개혁의 성패는 간판 교체가 아니라 국민이 더 공정하고 신속한 형사사법 서비스를 받는지에 달려 있다. 정치권은 선명성 경쟁을 접고 새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