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동부지역에서 동해 방향으로 진행된 중거리전략미사일발사훈련을 직접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의 딸 김주애 또한 이날 행사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사진=뉴스1(노동신문)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사과 요구와 대화 제의를 거부한 북한이 최근 '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 시위를 이어갔다. 올해만 벌써 15번째 도발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사일은 1000㎞를 비행해 목표를 타격했다고 북한은 주장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불규칙한 비행 궤적으로 지상 레이더 탐지와 종말 단계 요격이 어렵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는 대미 긴장을 높여 더 큰 보상을 받아내려는 전형적인 몸값 올리기 수법으로 보인다.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 아주 잘 지낸다"며 "누군가가 핵미사일 112개를 갖고 있을 때는 잘 지내는 것이 좋다"고 했다. 부연 설명이나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지난 8월 트럼프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으로 언급한 '57개'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에도 김정은을 '내 친구'라고 부르며 "그에게는 핵 능력이 있다"고 했다. 북한이 상당한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연거푸 유화 제스처를 보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억제력을 강화할 방안은 언급조차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은 갈수록 난감한 국면을 맞고 있다. 페이스메이커를 표방하고 있지만 운신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미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고,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 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우리 의지를 넘어서는 북미간 움직임, 예측불허의 한반도 정세를 고려하면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지뢰폭발을 '불의의 사고'라 하고 대응 방안을 놓고 정부 내에 동맹파와 자주파가 충돌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도 영 미덥지 않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미국이 북한에는 호의적 손짓을 보내면서 우리에게는 과도한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도발 바로 전날, 백악관에서 알래스카 LNG 사업과 관련해 한국이 합의하지 않으면 "더 청구하겠다"'두배로 올릴 것"이라며 거친 압박을 가했다.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해도 이런 식의 태도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누구 편인지 헷갈릴 정도다.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 위협을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한·미 안보 공조는 겉돌고 미국 측의 일방적인 경제적 요구만 계속된다면 동맹의 신뢰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향후 미·북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급작스럽게 대화의 돌파구가 마련되더라도, 지뢰 도발 등 우리의 안보 현안이 도외시되는 일은 벌어져서는 안된다. 한국의 이해가 배제되지 않도록 한·미 공조의 균열을 막는 동시에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응할 능동적인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막연한 낙관 보다는 냉철한 현실감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