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게임기 판매가 줄고 있지만 게임 소비는 꺾이지 않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기기 판매 둔화에도 PC·콘솔 신작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에 따르면 올해 2분기 PS5 출하량은 160만대로 전년 동기(250만대)보다 36% 줄었다. 같은 기간 PS5·PS4용 게임 판매량은 6610만장으로 전년 동기(6590만장)보다 소폭 늘었다. 플레이스테이션 월간 활성 이용자(MAU)도 6월 기준 1억2500만 계정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새 기기 유입은 줄었지만 기존 이용자의 게임 소비는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기기 판매가 줄어든 배경으로는 '칩플레이션'(반도체+인플레이션)이 꼽힌다. 메모리 업체들이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늘리면서 범용 D램 공급이 빠듯해졌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6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승기가 시작된 지난해 4월(1.65달러)과 비교하면 1년5개월 만에 약 16배 뛰었다.
게임기 값도 올랐다. PS5 국내 일반판 가격은 2020년 출시 당시 62만8000원에서 2022년 68만8000원, 2024년 74만8000원으로 오른 데 이어 지난 5월 94만8000원으로 인상됐다. PC 시장도 얼어붙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은 65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해 지난해 1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이어진 성장세가 꺾였다.
가격 부담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범용 계약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15%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며 내년 HBM 평균판매가격은 올해보다 121%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제약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가의 차세대 제품인 HBM4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HBM과 범용 D램이 제한된 첨단 공정 생산능력을 나눠 써야 하는 만큼 HBM 수요가 커질수록 범용 D램 공급 압박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임 이용 시간은 신작보다 기존작에 집중돼 있다. 밸브의 연간 '스팀 리플레이'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팀 이용 시간 중 그해 출시작 비중은 14%에 그쳤다. 이용자들이 가진 기기의 사양도 넉넉하지 않다. 밸브의 9월 스팀 하드웨어 설문을 분석한 결과 스팀 이용자 PC의 46%는 그래픽 메모리가 8GB 이하였고 48%는 시스템 램이 16GB 이하였다.
이같은 환경에서 국내 게임사는 PC·콘솔 신작 출시와 플랫폼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네오위즈는 지난달 액션 로그라이트 게임 '셰이프 오브 드림즈'를 엑스박스·PS5·닌텐도 스위치2로 출시했다. 크래프톤 산하 네온 자이언트는 2021년 출시한 액션 슈터 RPG '디 어센트'를 오는 12월 스위치2 버전으로 선보인다. 카카오게임즈는 PC·콘솔 신작 '갓 세이브 버밍엄'과 '크로노 오디세이'를 내년 출시 목표로 준비 중이다. 컴투스는 '가치아쿠타: 브레이크아웃'을 내년 엑스박스·PS5·스팀으로 내놓는다.
업계는 기기 가격 상승이 게임 수요 자체를 꺾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재미있는 신작이 꾸준히 나오면 게임 경험에 대한 욕구는 줄지 않는다"며 "기기 값이 앞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오히려 지금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소비자도 있어 구매가 다소 둔화할 순 있어도 멈추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는 콘솔·PC 같은 대화면 플레이를 선호하고 게임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며 "기기 판매량과 별개로 콘솔 신작을 통해 글로벌 파이를 넓히고 장르 다양화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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