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앤 카슨. 2023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자택 앞에 앉아 있는 모습./로이터=뉴스1


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앤 카슨(76)이 수상 소식을 접한 뒤 "다들 미친 것 같다(crazy)"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와 산문, 번역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작품 세계로 유명한 그는 현대사회에서 시의 역할에 대해 "시는 산문보다 더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각) AFP통신 등에 따르면 카슨은 이날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아이슬란드 공영방송(RUV)과의 인터뷰에서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미쳤죠. 제 생각에는 그들 모두 미친 것 같다.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카슨은 당시 아이슬란드에 머물고 있었다. 스웨덴 한림원의 잉리드 칼베리 사무총장은 수상자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현재 아이슬란드에서 바람 소리를 듣고 있었다"고 전하며 예상치 못한 수상 소식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카슨은 이날 인터뷰에서 강한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붙잡은 채 질문에 답했다. 그는 "여기서는 바람 소리를 듣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2022년 아이슬란드 시민권을 취득한 카슨은 캐나다와 아이슬란드 복수 국적자다. 약 15년 전부터 매년 일정 기간을 아이슬란드에서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림원과의 통화에 대해서도 "꽤 더듬거리는 대화였다"며 "그들이 통상적인 질문을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고 회상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독자층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특유의 유머도 잊지 않았다. 카슨은 "출판사는 그러길 바랄 것"이라며 "책 표지에 스티커가 붙을 텐데 스티커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와 소설, 산문, 번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답게 현대사회에서 시의 의미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지금은 시가 산문보다 더 유용할 수 있다"며 "시는 빠르고 모두가 조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는 기본적으로 간결해서 좋다. 다만 호메로스는 예외"라고 덧붙였다.

스웨덴 한림원은 카슨의 수상 이유에 대해 "고전 전통과 유희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현대 문학을 위한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195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카슨은 고전학을 전공한 시인이자 번역가, 문학비평가다. 대표작으로는 <에로스, 달콤쌉싸름한>, <붉은 자서전(Autobiography of Red)>, <남편의 아름다움> 등이 있다. 고대 그리스·로마 문학과 신화,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문학상 수상자 선정과 관련해 카슨이 "문헌학자의 언어에 대한 집요함과 시인의 새로운 의미에 대한 탐구를 결합해 동시대 문학의 새로운 형식을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시와 비평, 번역을 넘나드는 그의 실험적 글쓰기가 세계 문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