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 제도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로비스트 등록 기준 확정 등 입법 과제를 풀어야 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하다./클립아트코리아


법무부가 로비스트 제도화를 검토하면서 합법적인 정책 제안과 부당한 청탁을 구분할 법적 기준 마련이 과제로 떠올랐다. 과거에도 로비스트 활동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입법이 추진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로비 제도를 양성화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로비가 대기업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며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2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로비 관련 제도 도입에 관한 각종 쟁점 연구' 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로비스트 제도화를 검토하고 있다. 보고서는 로비스트 등록과 활동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고 국회부터 제도를 적용한 뒤 행정부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고 한다. 다만 법무부는 구체적인 제도와 입법 방향을 확정하지 않았다.



로비스트 제도화를 위해서는 관련 법률을 제정하거나 기존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로비스트의 활동과 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한 법률은 없다. 오히려 로비 활동 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하거나 부정한 청탁을 하면 현행법에 저촉될 수 있다.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8조는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직무와 관련해서는 해당 금액 이하의 금품도 원칙적으로 받을 수 없다.

로비스트 제도화를 위한 구체적 입법 과제는 ▲로비스트 등록 기준 ▲접촉 대상 및 활동 비용 보고 의무 확정 ▲규정 위반 시 제재 수위 등이 거론된다. 부당한 청탁을 막는 현행법을 유지하면서 합법적인 로비 활동으로 인정할 수 있는 별도의 기준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마련해야 한다.

로비스트 제도화 입법은 과거에도 추진됐지만 무산됐다. 제16대 국회에서 활동한 정몽준 전 의원(현 아산재단 이사장)이 2001년 '외국 대리인 로비 활동 공개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해당 법안은 정부의 정책 결정과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외국 당사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리인을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 전 의원은 제17대 국회였던 2004년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재차 발의했으나 임기만료로 추진되지 못했다.



이승희 전 의원이 2005년 '로비스트 등록 및 활동 공개에 관한 법률안'을, 이은영 전 의원이 2006년 '로비활동 공개 및 로비스트 등록에 관한 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지만 두 법안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두 법안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의사결정 및 집행에 영향을 미치려는 로비스트의 등록을 의무화하고 관련 활동을 공개해 입법 활동과 행정 작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바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한국은 미국과 달리 '유전무죄, 무전유죄'(돈 있으면 무죄, 돈 없으면 유죄) 인식이 만연해 있어 로비스트 제도화가 자리 잡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로비스트 제도화 추진 시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입법 의도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비스트 제도화가 이뤄진 후 로비 한도 등의 세부 내용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대관 부서를 통해 정부나 국회에 고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며 "로비스트 제도화로 나아가기 위해선 충분한 검토와 함께 국민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위주로 로비가 활성화되는 것 아니냐는 사회적 인식이 로비스트 제도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