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 임대 매물 안내문이 붙여있다. 지난해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 1년 간 서울의 아파트 값은 10% 넘게 올랐고, 전·월세난도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스1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어 전세 낀 갭투자를 차단한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아파트 거래를 통제해 들썩이는 수도권 집값을 잡으려는 조치였지만 매매·전세·월세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대출 규제를 피해 중저가·주변부 아파트로 매수세가 번지는 풍선 효과 등 부작용도 이어지는 중이다.

10·15 대책은 서울과 인접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고, 이 곳에 집을 사는 사람에겐 갭투자를 할 수 없도록 2년 실거주 의무를 부과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시가 15억 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 원, 15억∼25억 원은 4억 원, 25억 원 초과는 최대 2억 원으로 제한했다. 이후 경기도에선 3곳이 추가돼 15개 지역으로 규제가 확대됐다. 규제지역 거주 인구가 1500만 명 정도란 점을 고려하면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이 규제의 대상인 셈이다.



이 대책의 1년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0월 셋째 주보다 10.41% 올랐다. 주 단위로 봐도 작년 2월 이후 87주 연속 상승세다. 강남 3구, 용산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 비해 성북구, 서대문구, 강서구, 구로구 등 비강남권 집값이 많이 올랐다. 현금 부자가 아니면 살 수 없는 고가 아파트 대신 대출이 어느 정도 가능한 중저가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다.

규제 지역의 갭투자를 차단한 조치는 전·월세난을 가중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년 전보다 9.96% 상승했다. 서울의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15%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다. 전세 매물이 한두 건에 불과한 대단지가 수두룩하다. '전세 살던 집주인이 자기 집에 들어가 실거주하고, 빈 전셋집에 다른 세입자가 입주하면 전·월세 매물에 변동이 없을 것'이란 정부의 계산법은 현실에선 맞지 않았다. 신혼부부, 1인 가구의 전·월세 수요가 계속 추가된다는 점 등을 간과한 탓이다.

전·월세 급등에 놀란 세입자들은 2금융권 대출까지 '영끌'해 집을 사고 있다. 주거비 지출 증가를 피하려면 집을 살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생존 매수'란 말까지 나왔다. 6억 원 대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수요자가 많다보니 10억 원이 조금 넘던 주변부 아파트 값이 15억 원선 주변으로 오르는 '키 맞추기'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정부로선 부동산 시장 불안이 확산될까 두려워 규제를 풀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다. 풍선효과가 큰 일부 지역으로 범위를 넓힐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그렇다고 거주·이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비정상적 규제를 무한정 끌고 갈 순 없다. 개인 상환능력과 무관하게 집값에 따라 선을 그어 대출 한도를 정한 것도 정상적 조치라 할 수 없다. 정부는 이미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들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동시에 주택 거래에 족쇄를 채운 극약처방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계적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