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이 14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동맹의 미래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뉴스1


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며 미국이 동맹과 힘을 모아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인공지능)에 대해선 핵무기 등장 이후 전 세계가 다시 존재론적 위험에 직면했다며 AI 오남용으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동맹의 미래'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열고 "불만에서 비롯된 (트럼프 행정부의) 징벌적 관세(punitive tariffs)와 탐욕에서 비롯된 특혜 대우 역시 국내외에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안겼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어 패한 뒤 그를 '폭군'이라고 부르며 대립각을 세워온 인사다.



그는 "이 시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국가 간 관계가 단기적인 금전적 이익을 노린 노골적 거래주의(raw transactionalism)에 점점 더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위한 장기적 투자의 가치를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미국 글로벌 리더십의 미래를 내다보면 질문은 미국이 이 불안정의 시대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느냐가 된다"며 "미국은 무모함이 아닌 현실주의로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파트너십에 투자하고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받아들이며 파트너들과 함께 새 시대의 복잡한 도전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는 세계 경제를 형성하는 데 파괴적 역할이 아닌 건설적 역할을 하는 미국을 필요로 한다"며 "미국은 경제력을 사용하는 데 전략적이어야 하며 무모하거나 악의적이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미국 안팎의 기업에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며 "관세는 표적화된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we must use tariffs as a targeted tool)"고 강조했다.
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이 14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동맹의 미래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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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무기급 위협으로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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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전 부통령은 이날 AI가 몰고 올 위험도 경고했다. 그는 "업계 스스로 인정하듯 핵무기가 등장한 이후 세계가 AI가 제기하는 것만큼 규모가 크고 복잡한 존재론적 위험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위험에는 수백만 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생물무기와 금융·에너지·보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는 사이버 공격, AI 에이전트가 인간의 감독에서 벗어나 폭주하는 통제력 상실 시나리오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일부 AI 전문가들이 경종을 울리는 동안 워싱턴(미국 정치권)의 다른 이들은 기술 기업들이 스스로 단속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이만한 규모의 도전에는 정부의 방관(abdication)이 아닌 관여(engagement)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3년 전 부통령으로서 영국을 찾아 AI 개발의 안전을 위한 국제 표준을 촉구했던 일을 소개했다. 당시 선도 AI 기업들로부터 안전 기준에 관한 자발적 약속을 끌어냈고 이 약속이 캘리포니아·뉴욕·일리노이주 안전법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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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개발 감속, 중국과 협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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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전 부통령은 "해야 할 일이 훨씬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기회의) 창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싶다"며 "그래서 나는 견고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프런티어 AI 개발 속도를 늦출 것을 촉구해왔다"고 했다.

그는 "프런티어 모델의 본고장으로서 미국은 이 기술을 안전하게 만들 특별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믿는다"며 "워싱턴은 강력한 감독, 독립적 모니터링과 테스트, 투명성과 책임성, 비상 안전 차단 장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동맹과 협력하고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AI 개발 속도를 늦추고 테스트와 투명성에 관한 글로벌 표준 채택을 장려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AI 경쟁에서 이기느냐, AI를 인류에게 안전하게 만드느냐는 잘못된 양자택일을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둘 다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강연 말미에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을 포함한 동맹과 함께 우리는 다음 세계 질서의 설계자가 될 짧은 기회를 갖고 있다"며 "2022년 부통령으로서 마지막으로 이곳을 찾았을 때 말했듯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안보와 번영의 핵심축(linchpin)이었다. 오늘 서울에 다시 온 것은 여전히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아산기념강좌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동맹의 미래'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