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전쟁 피란 시절을 빼고 70년 넘게 서울에 자리해 온 외교부가 약 120㎞ 떨어진 세종으로 옮겨 간다. 2031년 이전이 마무리되면 외교부는 외빈 일정을 소화하거나 주한 대사관과 협의할 때마다 길에서 왕복 3시간을 보내야 한다. 주요 외빈 행사는 대부분 수도권에서 열리고 주한 공관도 118곳이 서울에 있다. 외교부를 이전 대상에서 뺀 현행법을 고치는 것도 과제다.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브리핑에서 "신축 후 이전하는 기관으로는 외교부·통일부·국방부·감사원·경찰청·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전 대상인 수도권 중앙행정기관 등 44곳(9929명) 가운데 독립청사와 특수시설이 필요한 17개 기관(6934명)은 청사를 새로 지어 2031년까지 차례로 이전한다. 외교부 이전 인원은 국립외교원(106명)을 포함해 1130명이다.
그러나 외빈 일정 대부분이 서울에서 이뤄지고, 주한 대사관도 대부분 서울에 있는 만큼 외교관들의 이동에 대한 시간 소요과 업무 공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국빈·외교장관급 일정 15건 가운데 세종에서 치른 것은 한 건도 없었다. 지난 4월 방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정상회담 뒤 서울의 대학·경제단체 행사로 향했다.
주한 대사관들과의 소통에도 애로가 예상된다.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북한군 포로 송환 공개 문제로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초치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 5월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HMM 나무호가 미상 비행체에 타격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곧바로 주한 이란대사를 불러 설명했다. 앞으로는 이런 경우마다 주한대사 또는 우리 외교관이 왕복 240㎞를 오가야 한다.

정부는 세종에 외교공관단지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먼저 같은 길을 간 말레이시아 사례를 보면 녹록지 않다. 말레이시아는 1999년부터 총리실과 부처를 행정수도 푸트라자야로 옮겼지만 국왕 궁전과 의회는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남겼다. 외교단지에 대사관 부지 61필지까지 배정했지만 대사관 101곳 가운데 푸트라자야로 옮긴 곳은 브루나이·카타르 2곳뿐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서울과 세종으로) 이원화된 것으로 인해서 외교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하는 여러 가지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진 한국외교협회 이사는 "청와대가 (완전히) 옮겨 가면 (외교부를) 이전해도 된다"며 "(다만) 대통령이 서울에 있으면서 외교부만 옮기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법적 관문도 남아 있다.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복도시법) 제16조 제2항은 외교부·통일부·법무부·국방부·성평등가족부를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을 근거로 신행정수도법에 위헌 결정을 내리자 이듬해 법 제정 때 넣은 조항이다.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조항을 고칠 계획이지만 위헌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당시 헌재는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실현하는 곳을 수도로 보고 대통령과 국회의 소재지를 결정적 요소로 꼽았다. 다만 다른 기관이 어디까지 옮겨야 수도 이전인지는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모호한 기준 탓에 제외 목록은 수시로 바뀌기도 했다. 애초 외교부 등과 함께 이전 제외 부처였던 행정자치부(현 행안부)는 2017년 목록에서 빠진 뒤 2019년 세종으로 옮겼다. 헌재는 2005년 11월 행복도시법 헌법소원을 각하하며 핵심 부처가 서울에 남는 만큼 행복도시 건설을 수도 이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내치를 맡는 행안부에 이어 외치의 핵심 외교부까지 서울을 떠나면 이 논리가 흔들릴 수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관저나 집무실, 국회를 옮긴다면 위헌이지만 정부 부처를 옮기는 것 자체는 위헌이 아닐 수 있다"며 "외교부나 국방부를 세종으로 이전하면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긴밀성이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국가의 존립·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주백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4년 헌재 결정에 따르면 추가 부처의 세종 이전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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