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재제청 문제를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외국은 이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관심이 쏠린다. 영국은 대법관 후보에 대한 정부의 거부·재검토 요구 사유와 횟수를 법률로 제한했고, 인도 대법원은 정부가 반려한 법관 후보를 사법부가 만장일치로 재추천하면 일정 기간 내 임명하도록 기준을 제시한다. 정부의 이의 제기는 허용하되 인선 절차가 무기한 지연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8월28일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조 대법원장에게 후보 재제청을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9월22일 헌법적 근거와 사유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고,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도 대법관 제청은 대법원장의 전속 권한으로 대통령과 국회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 퇴임 이후 후임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공석은 7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정부의 이의 제기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반복해서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대법관 후보는 독립적인 선정위원회가 고르고 법무장관은 선정 결과를 수용하거나 거부하거나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거부는 후보가 직무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때만 가능하다. 재검토 요구 역시 후보의 적합성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거나 능력 면에서 최선의 후보가 아니라는 근거가 있는 경우 등에만 할 수 있다. 거부하거나 재검토를 요구할 때는 그 이유를 선정위원회에 서면으로 제시해야 한다.
거부와 재검토 요구는 한 자리의 인선 과정에서 각각 한 차례만 가능하다. 위원회는 재검토를 요구받으면 같은 후보를 다시 선정할 수 있지만, 거부된 후보를 다시 선정할 수는 없다. 최종 단계에서 법무장관은 법률에 따라 선정된 후보를 총리에게 통보해야 한다. 정부가 반대 의견을 낼 통로는 열어두되 인선 절차를 무한히 되돌리지는 못하게 한 구조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동행미디어 시대에 "영국은 2005년 헌법개혁법을 통해 독립적인 사법임명위원회(JAC)를 설치하는 등 사법부의 독립성과 인사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왔다"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제도를 참고하면 사법부와 행정부가 인사권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상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에서는 정부가 반려한 대법관 후보를 사법부가 재추천해 임명까지 이끈 사례가 있다. 대법원장과 선임 대법관들로 구성된 인사협의체인 콜레기움은 2018년 1월 K. M. 조지프 우타라칸드 고등법원장을 대법관으로 추천했다. 정부가 같은 해 4월 법관 서열과 지역별 대표성 등을 이유로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콜레기움은 이를 검토한 뒤 7월 같은 인물을 재추천했다. 결국 정부는 이를 수용했고 조지프는 8월 대법관에 취임했다.
이후 인도 대법원은 2021년 고등법원 법관 인선 지연 문제를 다룬 결정에서 임명 절차별 처리 기한를 제시한다. 정부가 후보의 적합성이나 공익상을 이유로 재검토를 요구할 경우 구체적인 사유를 밝혀야 하며 콜레기움이 이를 검토하고 만장일치로 재추천하면 3~4주 안에 임명하도록 했다.
이 교수는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를 조정할 제도적 완충 장치가 부족하다"며 "사법부 독립을 지키면서도 인사 문제가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중립적인 제도적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구속력을 강화하고 인사 검증 기준을 정교하게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헌법처럼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규범에 모든 문제의 해결 방법을 명시할 수는 없기에 그동안은 서로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타협하고 조정해왔는데, 지금은 그런 신뢰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법적·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은 국회가 여야를 떠나 검토하고 행정부와 사법부 사이에서 균형 있게 갈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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