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르면 내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까지 내다본 정부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이 북한 도발을 들어 전환 조건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면서다. 국방부는 "(미군이) 골대를 계속 옮긴다"고 맞받았다. 오는 12월로 조율 중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환 목표연도를 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과 관련해 "한미가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COTP(전작권 전환계획)에 근거해서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개인적 자격으로 말씀드린다.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을) 영원히 할 수 없다"고 했다. 한미가 합의한 전환 조건을 바꾸면 전작권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브런슨 사령관은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골드 국제전략연구소 주최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나는 전작권 전환 찬성론자"라며 "내가 반대하는 것은 수년 전에 설정된 조건들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 북한에서 또 한 차례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며 "조건이 변했고 우리가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수장의 발언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전날 한 언론사 질의에는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한미 입장 차를 두고 "서로 관점이 다른 부분은 있다"고 했다. 앞서 "전환 시기에 대해 한미 간 입장 차가 크지 않다"(지난달 인사청문회 서면답변), "한미가 그렇게 크게 이견을 갖고 있지 않다"(지난 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고 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미국이 전환 조건이 바뀌었다고 보는 데에는 잦아진 북한의 무력 도발과 높아진 도발 수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 12일 오전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기습 발사했다. 올해 들어 16번째 탄도미사일 발사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총국은 전날 동해에서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두 종을 시험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평가도 걸림돌이다. 전작권 전환 검증은 기본운용능력(IOC)·완전운용능력(FOC)·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인 IOC 검증은 2019년 마쳤고 FOC는 2단계다.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해 SCM에서 FOC 검증을 올해 마무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미국은 지난해 합격점을 준 FOC 일부 평가 항목이 올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판단에는 우리 군이 미군 수준의 지휘통제 역량을 갖추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작권 전환 뒤 미래연합사령관을 맡을 한국군 4성 장군이 정보·감시·정찰(ISR) 등 미군의 첨단 지휘통제체계를 직접 운용하기 어렵다고 본다는 것이다. 미국은 우리 군의 통신 보안 체계도 미군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이 더 까다로워지면서 정부의 전작권 전환 추진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환 연도를 정할 한미 국방장관 회의체인 SCM 일정도 늦춰지고 있다. 통상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열렸는데 올해는 12월로 조율되고 있다. 지난해 SCM은 11월 4일 서울에서 열렸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말, 늦어도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30년 6월까지 전작권 전환을 마칠 계획이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달리 전작권 전환을 정치적 판단의 영역으로 보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5월 한 방송에서 전작권 전환을 두고 "기본적으로 정치적 결정 사항"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이 오는 27~30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과 처음으로 만나 전작권 전환을 설득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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