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국방부 장관(왼쪽), 조현 외교부 장관(오른쪽)/뉴스1,뉴시스


육군 25사단 관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폭발 사고가 난 지 24일, 군이 북한 소행으로 결론 내린 지 10일이 지났지만 정부 대응이 늦어지면서 꺼낼 수 있는 군사·외교적 카드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북한군 매설 지뢰 제거를 "강경 대응"으로 규정해 추가 군사 대응의 여지가 좁아졌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서한 제출 결정도 미뤄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에서 철거한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가 어렵다면 대북 라디오 방송이라도 다시 내보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지뢰 사고와 관련한 외교부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 "외교부는 주요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 결과와 우리 정부 입장을 충실히 설명하고 북한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해 나가고 있다"며 "추가 조치 등 모든 요소를 유념하고 제반 방안의 추진 실익과 효과성을 검토하면서 우리의 대응 조치를 계속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 함동참보본부가 최종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로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꺼낸 대응 카드는 크게 두 가지였다. 군사적으로는 북한군이 MDL 이남에 매설한 지뢰 제거하는 방안, 외교적으로는 차지훈 주유엔 대사의 지난 8일 유엔총회에서 발언이 있었다. 차 대사는 지난 8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일반토의 연설에서 "이번 폭발이 북한군이 MDL 이남에 의도적으로 매설한 지뢰에 의해 발생했음을 확인했다"며 "정전협정에 대한 명백한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정부 차원의 첫 외교적 대응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부 대응은 북한에 실질적인 압박이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많다. 합참은 지뢰를 제거하면서 북한에 사과와 남은 지뢰의 즉각 제거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우리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고 직후부터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여정 노동당 부장과 외무성 명의로 여섯 차례 한국을 비난하며 갈수록 발언 강도를 높였다. 국방부가 이미 지뢰 제거를 '강경 대응'으로 규정한 만큼 대북 확성기 등 수위를 높인 군사 조치를 추가로 꺼내기도 쉽지 않다. 차 대사의 유엔총회 발언에 대해서도 북한 측은 "정당한 주권 행사인 남부 접경지 요새화 조치를 군사적 침략으로 규정하려는 불순한 방해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대응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다"며 "조현 외교부 장관이 제안했던 대로 사이버·IT 해킹과 관련한 대북 제재를 강화할 수는 있지만 북한이 상관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지뢰 도발로 (MDL 인근) 회색지대(경계가 모호한 지역)를 차지해 얻는 이득보다 (도발에 따른) 손실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했다.



추가로 꺼낼 외교 카드도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보리 결의안과 의장성명, 서한 발송은 물론 대응하지 않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안보리 서한을 제출할 것인지 방침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차 대사는 지난 13일 국회 외통위 국감에서 "정부의 전략적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영환 전 국립통일교육원장은 "정부가 여론이 가라앉기만 기다리고 있다"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정부의) 기본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현시점에서 꺼낼 수 있는 카드로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대북 라디오 단파 방송 재개를 꼽았다. 국정원은 지난해 7월 '인민의 소리', '희망의 메아리' 등 대북 라디오 5개 채널의 송출을 중단했다. 고 전 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한국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알려줘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판단하게 하면 된다"며 "북한 간부와 지식인 등이 듣는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공개한 지난 9월21일 사고 당시 모습/합동참모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