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13일 당 창건 기념일(10일) 81주년을 맞아 국방혁명박물관 개관식에 참석, 조준경들을 살펴보고 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러시아 드론 공장에 불법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귀국하면 북한이 드론 대량생산 역량을 갖춰 한국을 상대로 후방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드론 수천대로 방공망을 무력화한 뒤 탄도미사일을 섞어 쏘는 전면 공격뿐 아니라 원전·공항·항구 등 국가중요시설을 노린 교란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탈북민 출신 조셉 김 조지 W. 부시 연구소 글로벌정책 프로그램 매니저는 14일(현지시각) '옐라부가 드론 생산의 인권 침해' 제하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옐라부가 인근 알라부가 경제특구의 드론 생산시설은 2021년 말 이후 약 17개 시설, 최대 116개 건물로 커졌다. 이란 샤헤드를 개량한 '게란'(Geran) 자폭드론을 월 5500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보고서는 알라부가에 투입되는 북한 노동자가 최대 1만20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 군 정보당국의 추정을 인용했다. 저자들은 "북한 노동력은 기술 노하우도 이전한다"며 "알라부가에 보내진 기술자들은 끊임없이 개량되는 게란 드론에 대한 러시아의 개선을 관찰한 뒤 대량생산 조립라인에서 얻은 값진 교훈을 갖고 평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더 정교하고 커지는 드론 프로그램을 가진 북한은 한국·일본·인도태평양 미군에 새로운 차원의 군사적 도전을 제기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 지원과 중국의 소재·부품·장비·시설 지원을 바탕으로 장·단거리 자폭드론과 순항·탄도미사일을 섞어 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본다. 다만 생산 능력은 아직 미비하다고 평가한다. 러시아에서 넘겨받은 드론을 보유하는 수준을 넘어 자체 대량생산까지 가능해지면 도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5일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몇천달러짜리 드론 한 대를 막는 데도 고가의 요격 자산을 써야 하는 구조여서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북한의 수월성이 높아졌다"며 "드론이 방공망을 교란하면 함께 날아오는 다른 무기체계도 요격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자신들이 인식한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지뢰 제거와 경계 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월선과 충돌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어 북한이 MDL 일대를 국경으로 굳히는 작업을 마칠 것으로 예상되는 2028년까지를 충돌 위험이 높은 시기로 꼽았다.



조상근 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교수는 "수도권과 후방 메가시티는 물론 원전·공항·항구 등 국가중요시설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며 "한반도는 드론과 재래식 타격체계의 물량 공세를 막아낼 종심이 부족해 대응 시간이 짧고 대(對)드론체계도 아직 갖춰지지 않아 무방비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주요 도시와 국가중요시설이 밀집한 지역에 권역형 대드론체계를 서둘러 구축해 방공체계와 묶지 않으면 북한의 섞어쏘기는 전술핵 수준의 정치적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군사적 대응 못지않게 외교적 대응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최소 17개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최대 약 10만명이 지난해 4억5000만~8억달러(약 6100억~1조80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 자금이 핵·탄도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만큼 한국의 독자 제재와 함께 유엔 등에서 북러 불법 협력을 규탄하는 외교전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024년 8월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에서 조직한 각종 무인기들의 성능시험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사진은 자폭 무인기들이 모자이크 처리된 모습./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29일 조국해방전쟁승리 73주년 경축행사에 참가한 전쟁노병과 전시공로자들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