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48진 왕건함(DDH-Ⅱ·4400톤급)이 지난 5월15일 오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뉴스1


정부가 청해부대 작전범위를 호르무즈 해협과 맞닿은 오만만까지 넓히고 해상초계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사실상의 호르무즈 파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중동 정세가 악화한 만큼 청해부대가 감당해야 할 위험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6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국방부는 올해 말 파견 기간이 끝나는 청해부대를 연장 파견하면서 작전범위를 오만만까지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의 해적 활동이 예년 대비 급증하는 등 해당 지역의 안전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검토 중이지만 세부 내용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청해부대 작전범위 확대가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니라 기존 대해적 임무 차원의 연장선이라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오만만은 이란의 공격이 잦은 호르무즈 해협과 맞닿아 있는 곳이다. 국방부가 '해적 활동이 급증했다'고 표현했던 아덴만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 청해부대의 거점인 지부티에서 오만만 연안 무스카트항까지는 직선으로 약 2100㎞ 거리다.

청해부대 작전범위 확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의 파병 요청에 대한 대응책으로 거론한 방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면서도 "이미 청해부대가 파견돼 해적 등의 국민 안전 위협에 대응하고 있는데 이를 좀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 우리가 검토하고 고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청해부대 전력은 4400t급 구축함 1척과 해상작전헬기 1대, 고속단정 최대 3척, 병력은 최대 320명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넓은 해역을 정찰·감시할 수 있는 해상초계기를 추가로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문가들은 현재 청해부대가 가진 전력만으로는 이란 등의 드론 공격을 방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란 반다르 아바스 근처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선박들./로이터=뉴스1


청해부대에 감시·정찰 전력이 보강되면 사실상의 파병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력이 보강되면) 해상교통로 감시나 위협 정보 수집 등이 체계화된다는 점에서 '호르무즈 우회 파병' 성격으로 비칠 수 있다"며 "해상초계기로 수집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면 간접적 군사 지원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청해부대 작전범위 확대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미 현안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한미 관계에 위기감을 느끼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며 "외교는 결국 '기브 앤 테이크'다. 호르무즈 파병에 최대한 협조할 테니 우리가 원하는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는 배려해 달라는 신호"라고 말했다.

호르무즈와 인근 해역의 위험성은 최근 들어 더욱 높아진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 항행 일지 등을 분석한 결과 이달 11일까지 2주간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해역에서 선박 24척이 피격됐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가장 많은 피해다. 11일 하루에만 6척이 공격받았다. 피격 선박 중에는 한국 해운사 장금상선의 선박도 있다.

예멘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반군의 교전이 격화하고 있다. 후티는 7월 사우디 관련 선박의 홍해 통과를 금지했고, 지난달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페림섬과 인근 연안을 점령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청해부대가 활동하는 아덴만의 서쪽 입구다.

청해부대의 작전지역 확대 문제는 향후 국회 동의 과정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헌법상 국군을 외국에 파견할 때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회는 2009년 3월 첫 동의 이후 1년 단위로 청해부대 파견을 연장해 왔다. 현행 시한은 올해 연말까지다. 정부는 파견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동의안에 작전범위 확대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