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6일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의 한 도장공장 화재 현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과 별개로 소방공무원 인건비를 지방정부가 떠안는 구조는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공무원은 6년 전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인건비의 90% 이상은 여전히 지방재정에서 나간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6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추 지사가 사용한 표현으로 상처받은 소방공무원과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소방관의 안전을 위한 지원 확대와 함께, 인력과 장비 확충,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에 필요한 예산 확보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추 지사는 이날 소방관 5명이 다친 경기 부천 공장 화재 현장을 찾아 부상자들의 치료와 회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지만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해서는 따로 사과하지 않았다.



추 지사의 발언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추 지사는 지방정부의 소방예산 부담을 설명하면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했다. 내년 경기도의 소방 인건비가 1조1000억원, 사업비가 5000억원가량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소방예산이 빨대처럼 도 재정을 빨아들인다고 표현한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15일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음에도 관련 재정을 지자체가 대부분 부담하고 오히려 국고 지원 비율이 줄어드는 것을 강조하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추 지사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과 상관없이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 문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동행미디어 시대에 "소방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필수 인력으로, 소방 재정을 빨대에 비유한 것은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소방공무원은 이미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재정 부담은 여전히 지방정부에 집중돼 있다"며 "국가직이라는 신분에 걸맞게 인건비 등 예산 부담과 지휘체계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월 펴낸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의 취지는 달성되고 있는가' 제하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방 소방예산 8조1478억원 가운데 국비 비중은 10.7%에 그쳤다. 소방공무원 인건비에 대한 국비 지원 비율은 이보다 낮은 8.6%에 불과해 나머지 91.4%를 지방재정으로 메우는 구조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4월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지역별 소방 인력과 장비, 근무환경의 격차를 줄이고 대형 재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 역량을 키우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시·도 소방본부와 소방서는 지방정부 소속으로 남았고 조직 운영과 인건비 부담도 상당 부분 지방정부가 맡았다.

중앙정부는 소방안전교부세 확대와 소방특별회계 설치 등으로 재정 지원을 늘렸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방 소방예산에 대한 국비 지원액은 2019년 3852억원에서 지난해 8696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나 전체 지방 소방예산도 같은 기간 약 5조5000억원에서 8조1000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지방재정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중앙정부는 지난 3월 지역자원시설세 개편과 소방 인건비 전용 재원 확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7개월이 지나도록 확보할 재원 규모와 시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소방청 관계자는 "국비 지원 비중을 늘리기 위해 관계부처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국비에서 신규 재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지방세를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나왔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SNS(소셜미디어)에 "평소 사명감과 긍지를 갖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의 명예를 지키는 것은 정치권의 중요한 책무"라며 내년도 예산안에 소방관 지원 확대 방안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정희용 사무총장도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지방정부가 소방 인건비를 부담하는 재정 구조가 문제라면 제도 개선부터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