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당 창건 기념일(10일) 81주년을 맞아 제2경제위원회의 국방혁명박물관 개관식이 지난 11일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날 신문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북한은 박물관에 미국 본토 타격용인 ICBM '화성-20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극초음속미사일인 '화성-16마'나 600㎜ 초대형방사포 등 여러 무기를 전시했다./뉴스 1(노동신문)



북한은 왜 그토록 '핵보유국 인정'에 집착할까. 그러면서도 왜 남북 관계의 단절을 선언하고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창하고 있을까.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지뢰사고' 담화문을 통해 "한국이라는 족속들을 의식하는 것 조차 소름끼친다"는 조롱을 던진 이달 초 한 지인은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해왔다. 마침 김여정은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불인정 결의가 나오자 "공화국의 핵 보유국 지위는 그 무엇으로써도 되돌릴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핵무장을 국가의 본질적 지위로 만들어 왔다. 2013년 핵보유국 지위를 법제화했고, 최근에는 아에 헌법에도 핵지휘권을 명시했다. 그리고 핵전력을 실제 군사체계로 구축하는 움직임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런 북한이 2024년 헌법 개정을 통해 대한민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화했다. 남북관계를 같은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가 아니라 서로 적대하는 별개의 국가 관계로 규정한 것이다. 올 2월 열린 제9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은 '적대적 두 국가론'이 불가역적인 '역사적 선택'임을 천명했다.

표면적으로는 남북관계의 단절을 선언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함의는 더 넓다. 북한이 한국과의 통합이나 민족적 특수성을 부정할수록, 스스로를 국제법상 독립된 핵보유국으로 포장하기가 쉬워진다.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 남겨두면 북한의 핵 문제는 한반도 내부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남북을 완전히 별개의 적대국가로 규정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남북 사이의 의제가 아닌 미국과의 전략적 협상 의제로 만드는 것이다.



한국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당사자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공식 목표로 유지하면서도, 현실의 핵능력과 위협을 관리해야 하는 이중적 부담을 안고 있다. 북한은 이 틈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북한은 군축비확산 역사에서 매우 독특한 국가로 기록된다.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존재하는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은 미국의 '암묵적 묵인'이 있기에 핵무기를 보유하면서도 정상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북한은 미국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의 비호와 묵인은 확보했지만 아직 세계 최강 미국의 '용인'은 얻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57기(또는 112기) 보유하고 있다'면서 김정은과 좋은 관계라고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이나 미국 전략문서에서 '비핵화 표현'이 약화되는 것은 북한에 외교적 기회를 제공한다. 법적·정치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승인한 것은 아니더라도, 미국 지도자가 북한을 핵 강국으로 부르거나 비핵화보다 관리와 억제에 무게를 둔다면 북한은 이를 '현실 인정'의 증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적대적 두 국가론'은 단순한 대남 비난의 수사가 아니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한 전략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9차 당 대회 보고에서 한국을 "조선반도 비핵화의 간판 밑에 우리의 무장해제를 획책하는 위해로운 존재"로 규정했다. 남북관계를 끊어내면 북한은 한국의 반대와 개입을 약화시키고, 미일을 직접 상대하는 독립국가의 이미지를 강화하거나 별도 거래를 시도할 수 있다.

이제 한국도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한다. 북한의 핵보유가 사실상 용인되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그렇지 않은 한국 사이의 군사적 비대칭은 고착되고, 미국의 확장 억제에 대한 불안감은 커질 것이다. 북한이 왜 민족과 통일의 언어를 버리고 국가와 주권의 언어를 택했는지, 왜 핵을 협상 대상이 아닌 국가 지위의 일부로 만들려 하는지 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배제되지 않으려면 한반도를 둘러싼 핵질서와 관련국들의 관계변화를 감안한 전략적 대응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