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국정감사에서 여당의 감사 대상은 국정 현안이 아니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은 여러 상임위에서 한 의원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2022년 인사청문회 때 불거진 딸 허위 스펙 의혹을 다시 꺼냈다. 이미 2023년 말 경찰이 의혹 대부분을 '혐의없음'으로 종결했기에 이번엔 경찰 수사를 검찰이 막았다는, 수사 무마 의혹을 추가했다.
여당의 집요한 문제 제기에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새로운 사실관계가 있다면 재수사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친여 단체가 수사 무마 의혹을 고발했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경찰은 사건 배당에 들어갔다. 한 의원 재수사를 위한 정지작업에 들어간 셈이다.
한 의원은 민주당이 '떼거지'로 '망상'에 빠져 있다고 반격했다. 여러 차례 해명한 내용이기에 그의 격한 반응울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그러나 공세의 부당함과 별개로 그가 답해야 할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 의원 딸은 고등학생 때인 2021년, 2022년 8편의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했다. 이 중 6편은 제대로 된 심사 없이 게재료만 내면 논문을 실어주는 이른바 '약탈적 학술지'에 실렸다. 여기에 표절 의혹까지 불거지자 8편 중 7편을 철회했다. 논문 주제는 의료와 교육, 철강산업의 미래 등 다양했다. 그중 '국가 부채' 관련 논문은 케냐 출신 대필 작가가 한 언론에 자신이 썼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당은 한 의원 딸이 2021년 아랍에미리트의 수학 전공자가 웹사이트에 올린 문제를 표절해 전자책(중학생용 기하학 문제집)을 만든 뒤 아마존에서 0.99달러에 팔았다는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경찰은 판매 부수 등을 확인하기 위해 아마존 측에 자료를 요청하는 국제형사사법공조를 서울중앙지검에 신청했지만, 검찰은 반려했다. 이게 이번 국감에서 나온 수사 무마 의혹이다.
한 의원은 "(딸의) 논문은 온라인 튜터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연습용 리포트다. 입시에 사용한 사실도, 사용할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 아마존에서 판매한 전자책을 두곤 "원저작자의 동의를 받아 저작권 침해 소지가 없다"고 했다. 2023년 한 의원의 딸이 입학한 미국 MIT도 "제출된 정보를 검토한 결과 입학 허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찰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건 논문이 실린 학술지 대부분이 구체적 심사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자책의 저작권은 출간 전이 아니라 2022년 인사청문회 직전에야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았다고 한 의원 스스로 밝혔다. 입시에 쓰지 않았다고 해서 표절이나 대필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만약 법적 잣대로만 모든 정치적 책임을 판단한다면, 노웅래 전 의원의 무죄 판결을 두고 "(돈 봉투가 오간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다 같이 들어보자"는 한 의원의 주장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낫 길티'(Not guilty, 유죄가 아님)가 '이노센트'(innocent, 결백)가 아니듯 '혐의없음'이 '정당성'을 보증하는 건 아니다.
한 의원은 2022년 인사청문회 당시 딸 허위 스펙 의혹에 "반칙이나 위법은 아니지만,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아니다. 제 딸이 운이 좋아 혜택을 받은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기회.' 많은 이들이 한 의원에게 이걸 묻고 있다. 그 기회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돌아보고, 그 기회의 격차를 어떻게 줄인 것인가.
근거 없는 공세는 법으로 맞서면 된다. 그러나 법이 답하지 못하는 질문엔 정치가 답해야 한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부유층 자녀가 '그들만의 리그'에서 스펙 쌓기의 차별적 기회를 얻는 불공정함은 정치만이 풀 수 있다.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를 낱낱이 파헤친 당사자로서 이에 대한 한 의원의 성찰과 해법은 그가 싸움에 능한 정치인인지, 비전을 가진 지도자인지를 구분하는 첫 경계가 될 것이다.


![[뉴스언팩] 금메달의 보상 꼭 병역특례여야 하나 / 신한·국민·하나까지 해킹, AI에 줄줄이 뚫린다](https://i.ytimg.com/vi/sNh-vxA0x5Q/maxresdefault.jpg?width=1920&quality=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