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북한군 포로 송환을 둘러싼 우크라이나와의 갈등 속에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하며 내세운 '비공개 합의 위반'이라는 명분이 흔들리고 있다. 주우크라이나대사관 대사대리가 국정감사에서 포로 송환 사실의 공개 시점을 양측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갈등의 출구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지완 주우크라이나대사관 대사대리(공사참사관)는 18일(이하 현지시각) 주폴란드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박 대사 대신 화상으로 출석해 "(포로 상환을) 언제 공개할지는 서로 전혀 얘기하지 않았다"며 "비공개 상태로 최대한 오래 유지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양측이 비공개 원칙에는 공감했지만 공개 시점까지 정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통위 소속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경기 성남시분당구갑)이 비공개 합의를 문서로 남기지 않아 양국 갈등을 불렀다고 지적하자 윤 대사대리는 "외교적 합의를 문서화하는 건 사실상 조약"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비공개 합의 자체는 있었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그는 "현지에서도 우크라이나가 약속을 깼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비공개 합의를 입증할 문서가 없고 공개 시점도 정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요구의 근거가 약해진 만큼 갈등은 길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8일 박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합의는 없었다고 반박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SNS에 "사실 인정과 공개 사과를 계속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 대통령의 사과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직후 정부가 외교적 압박에 나섰지만 우크라이나는 정부가 요구한 수준의 공식 해명이나 사과를 내놓지 않았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 12일 "종결된 사안"이라며 사과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우크라이나가 끝내 공개 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박 대사의 복귀도 기약 없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양국 갈등은 대러 제재 문제로까지 번진 상태다. 영국 가디언이 6일 지난 7~8월 한국산 석유제품 17만6000여톤이 러시아 극동으로 운송됐다고 보도하자 블라디슬라우 블라시우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재 담당 보좌관은 "한국의 (대러시아) 제재 정책과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비판했다.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와 드론 관련 협력부터 향후 재건 논의까지 해야 하는데, 외교가 감정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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