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상승으로 재건축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난 데다 정부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안과 대출 규제, 금리 인상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부동산 매물이 붙어있는 모습./뉴스1


강남 재건축 사업의 대어로 꼽히는 주요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이달 들어 많게는 수억원씩 하락하고 있다.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난 데다 정부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안과 대출 규제, 금리 인상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82㎡(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10일 40억6500만원에 매매 신고됐다. 이는 직전 거래인 지난 8월(45억7500만원)보다 5억1000만원 내린 금액이다.



사교육 1번가인 개포주공과 은마아파트 등도 이달 들어 실거래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개포주공6단지 60㎡는 지난 1일 30억2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인 9월(32억원)보다 1억8000만원 낮아졌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84㎡도 지난 6일 34억3000만원에 거래돼 사흘 전 거래보다 3000만원 올랐으나, 지난달 말(36억원)과 비교하면 1억7000만원 떨어졌다.

재건축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내리자 호가도 움츠러들었다. 은마아파트 84㎡ 호가는 네이버페이부동산 기준 33억~40억원에 등록돼 있다. 대체로 30억원 초반대이고 40억원대 호가는 1건에 불과했다.

강남 재건축 투자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배경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분담금 리스크가 있다. 올해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완료하고 관리처분계획을 수립 중인 은마아파트는 조합이 예상한 조합원당 평균 분담금이 늘어났다. 84㎡ 소유자가 동일 평형을 분양받을 경우 3억~4억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76㎡를 보유한 조합원이 84㎡를 분양받으면 추정 분담금은 약 4억6000만원이고, 109㎡로 넓혀 가면 분담금은 15억~16억원대에 달한다. 불과 1년 만에 분담금이 약 2~3배로 급증했다.



관리처분계획 단계에서 조합원 분양가와 분담금이 정해지지만, 향후 감정평가 결과와 시공사 계약 변동에 따라 분담금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 서울시 조사 결과, 최근 공사비 합의를 통해 계약금액을 변경한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구역의 공사비 평균 인상률은 기존 계약 대비 약 38.2%다.

공사비 인상 압박과 금리 불확실성 속에 착공이 지연될수록 조합원들이 떠안아야 할 자금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분담금 상승 부담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된 건 사실로 보인다. 실거래가가 계속 오르는 건 재건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추가 비용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빠른 착공과 분양만이 현 시점의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와 별도로 주담대 한도를 △15억원 이하 주택 6억원 △15억~25억원 주택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 2억원으로 제한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대로 오르며 이주비 대출 부담도 늘었다. 정부가 올해 발표한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에 따르면 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은 완화되지만, 시가 40억~50억원 고가주택과 비거주·다주택 등에는 세금 압박이 강화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추진부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은 수익성에 기반한 투자이기 때문에 분담금이 늘면 투자금 대비 재건축 후 가격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다. 재건축 전 40억원에 매수한 조합원이 분담금 10억원을 내면 재건축 후 가격이 50억원 이상으로 올라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선 대출과 금리, 세금 규제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