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아시아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진출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보험 분야가 포화상태라고 판단해 신시장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동안 보험산업이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지 못했고 해외분야 실적도 저조한 실정이다.

실제로 2005~2009년 까지 아시아 보험시장 규모(수입보험료기준, 생·손보 통합)는 매년 평균 2.8% 성장했다. 이 기간 내 인도는 18%, 중국 17.9%, 인도네시아는 6.3% 성장했다. 반면 작년 말 국내 보험사의 총수입보험료 대비 해외 매출 비중은 0.22%에 그쳤다.

◆해외시장 성적표 들여다보니

그렇다면 각 보험사별로 해외진출 현황은 어떨까.

생명보험사 중 현재 해외시장에 진출한 곳은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교보생명 3곳이다. 생보사중 가장 많은 해외점포를 둔 삼성생명은 8개국에서 12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며 태국과 중국에는 현지 합작법인이 있다. 또한 일본(동경)과 중국(북경), 인도(룸바이), 베트남(하노이) 등에는 사무소를 설치했다.


 
삼성생명은 앞으로 중국 내 합작법인 ‘중항삼성인수보험’의 파트너인 중국항공 측과 투자 확대를 통해 중국 동북부 중심으로 영업망을 적극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태국 현지법인인 ‘시암삼성’의 보유지분율 역시 25%에서 35.7%로 늘릴 방침이다.

대한생명은 현지법인을 만든 곳이 베트남 한곳이다. 지난 2008년 6월 설립했으며 이밖에 중국(북경)과 일본(동경) 등에 사무소를 설치했다. 대한생명은 조만간 중국 항저우에 중국 저장성국제무역그룹과 공동으로 합작법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일본 동경과 중국 북경지역에 사무소만 설치해 영업 중이다.

그나마 손해보험업계는 생명보험사보다 조금 나은 편이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LIG손보, 동부화재 등이 진출한 상태.

삼성화재는 태국(방콕), 중국(북경), 싱가포르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영업하고 있다. 사무소는 일본과 베트남, 인도, 중국 등 총 4개 국가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와 중동시장 개척을 위해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에 현지사무소인 중아사무소를 개설하기도 했다.
 

 
LIG손보는 중국 남경지역에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중국(북경, 상해), 베트남(호찌민, 하노이) 등에 사무소를 신설했다. 또 최근에는 인도네이시아 법인의 자본금 증액을 통해 제휴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동부화재 역시 올해부터 베트남 호치민시에 현지사무소를 신설해 해외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해외진출이 미흡한 가장 큰 이유는 현지 국가의 규제 장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은 외국보험사에 대해 신규지점을 연간 1회만 허용해준다. 지분제한도 중국 50%, 인도 26%, 인도네시아 80% 등으로 엄격하다. 또한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은 자국어로 구성된 임원 자격 시험제를 두고 있어 외국인 임원의 선임이 힘들다. 여기에 아시아국가들의 통계자료가 미흡해 손해율과 보험요율 산정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해외진출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보험업계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정부 주도의 인프라 제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해외 보험 통계와 정보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구를 설립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해외시장 진출 성공전략은 고객 정보와 현지 국민들의 성향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현실적으로 보면 정부 정책 지원은 물론 대상국가의 이해도가 상당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먹을꺼리 해외시장서 찾아야

보험사들이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하는 이유는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한국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96.4%에 달했다. 더구나 금융위기 여파로 수요가 감소세다. 2008년 97.7%에서 2009년 97.4%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영업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손해보험사들이 자산운용 수익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현실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생명보험사 역시 자산 대비 영업이익률이 작년 3분기부터 기존 5%대에서 4%대로 내려앉았다.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취약점을 인식하고 해외진출 교두보를 내세우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국내 보험사가 해외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감독당국 또한 보험사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장은 특히 “K-팝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에 진출했듯이 우리나라 보험산업도 해외에서 성공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며 “다만 해외진출에 앞서 해당국의 제도와 문화에 대한 면밀한 사전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앞으로 보험사들의 해외시장 공략은 일단 신흥국가 위주로 나설 계획이다.

보험연구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보험산업 침체 현상은 아프리카(-11.1%), 오세아니아(-9.6%), 북미(-7.1%)에서 크게 나타난 반면 신흥국들이 위치한 남미(5.8%), 아시아(2.8%)에서는 실질성장을 기록했다. 이중 인디아(20.3%), 인도네시아(11.9%), 태국(6.3%)의 생명보험이 최근 5년간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베트남(12.7%), 인디아(5.7%), 태국(2.8%)은 손해보험이 최근 5년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아시아 금융시장의 허브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험사들의 글로벌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면서 “신흥국가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률을 보이는 만큼 신흥국 진출 규모를 우선 적으로 늘리면서 이와 함께 유럽과 미국시장으로 진출에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