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계에서 홍콩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말이 있다. ‘금융을 하려는 모든 자는 금융제국 홍콩으로 통해야 한다.’ 뉴욕, 런던과 더불어 세계 금융 3대 중심지답게 홍콩에는 글로벌 투자은행의 아시아지역본부 30여곳, 세계 100대 은행 사무소 중 70개가 진출해 있으며, 모두 1300여개에 달하는 금융회사들이 몰려 있다. 오랜 기간 라이벌로 경쟁해온 싱가포르가 아시아 금융의 맹주자리를 놓고 홍콩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최근 급격히 부상한 중국 위안화 거래의 중심지로 홍콩이 자리를 굳혀가고 있어 오랜 경쟁 관계도 조만간 종식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금융자본들이 홍콩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면적의 1.8배에 불과한 자그마한 도시단위 경제구역에 어떤 매력이 숨어 있는 걸까? 1997년 중국으로의 주권 반환이나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금융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홍콩 재경관으로 근무 시 보고 듣고 느낀 홍콩의 저력을 <금융제국, 홍콩>에 담았다. 홍콩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시스템을 완비할 수 있었던 3가지 핵심전략을 통해 금융선진국을 꿈꾸는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점들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홍콩의 금융전략 중 가장 눈 여겨 볼 점은 무한대에 가까운 자유로움이다. 오늘날 홍콩이 세계 금융의 3대 운용 축에 속한 데 대해 높이 평가 받는 이유는 아시아의 여타 국가와 달리 정치리더십보다는 자유로운 시장경제체제를 통해 금융업의 혁신적인 발전을 이뤄냈다는 데 있다. 홍콩은 미국 헤리티지재단(The Heritage Foundation)과 <월스트리트저널>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도시의 자유도 평가’에서 1994년 이래 단 한번도 1위를 내주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홍콩은 미국달러와 연계된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1983년 10월17일부터 미국달러 1달러당 7.75~7.85홍콩달러로 교환하는 환율제도를 운영함으로써 홍콩달러는 언제든지 미국달러로 100% 교환 가능하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환율과 자유로운 외환거래 가능해졌음은 물론이다. 또한 외환거래와 관련된 규제가 전무해 미국달러를 비롯하여 외환을 가지고 홍콩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데 있어 신고나 인가 등 아무런 의무나 강제사항이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금융회사를 설립하고 경영하는 데 있어 정부의 인가를 받는 것도 매우 수월하다. 홍콩에서 금융업을 영위하려면 은행은 3가지, 증권은 10가지, 보험은 6가지 종류로 된 인가 중 하나를 취득하면 그만이다. ‘인가요건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요건만 충족되면 인가를 거의 자동으로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구 700만명에 불과한 홍콩에 무려 1700여개의 금융회사가 밀집된 배경이 됐다. 이상 열거한 장점들에 힘입어 홍콩은 런던시티에서 발표하는 국제금융중심지수 평가에서 2007년 이래 싱가포르에 밀려 두차례 4위로 밀린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3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해오고 있다.

‘금융제국’ 홍콩이 보유한 금융 인프라와 제도, 인력 등에 비춰 우리나라의 그것들은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환율의 변동성이 심하고, 외환 규제에 따른 제약이 있으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부족하다. 세율도 높고, 금융투자에 따른 인센티브도 미미하다. 외국인이 금융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굉장한 인내를 요하며, 금융감독의 효율성은 만족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빛이 보인다면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온 저력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세계적인 제조업 기반, 유수한 글로벌기업의 존재,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등은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든든한 토양이다.

홍콩과 우리나라는 환경적으로나 태생적으로 다른 점이 많기에 단순 비교나 성급한 제도 도입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보잘것없던 홍콩이 꾸준한 노력 끝에 현재 세계 3대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한 과정 속에서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홍콩이 어떻게 해서 ‘나일론콩(Nylonkong; 뉴욕과 런던, 홍콩을 한데 이르는 말)’이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었는지 찬찬히 되새겨볼 일이다.
 
최광해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 1만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