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은 ‘인재가 길에 버려져 있는 것은 나라 다스리는 사람의 수치’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현세에선 선현의 뜻을 받드는 것이 녹록지 않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신음하고, 고용불안을 호소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간다. 최근에는 고령층의 일자리 찾기도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대기업들이 이 같은 사회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특히 ‘사람이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직원들의 일자리 보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다양한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CJ 정규직 전환
“젊은 층 일자리 문제, 우리가 솔선수범”
 
지난 12월26일, '2012 경영계획 워크숍'에 나선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기업은 젊은이들의 꿈지기가 돼야 한다”며 비정규직 직원 6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근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불안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이 같은 발표는 큰 화제를 모았다. 
 
이 회장이 직접 그룹 차원의 지원 방안을 지시하자 CJ는 곧바로 정규직 전환 채비를 갖췄다. 아직 지원 방안의 정확한 규모나 구체적인 시기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CJ관계자는 “CGV와 CJ푸드빌에 소속된 사무보조 직원 등이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직원들의 연봉을 비롯해 상당한 비용이 투자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CGV와 패밀리 레스토랑 VIPS 등에서 근무 중인 장기 근속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학력에 상관없이 직원을 채용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고심 중이다.
 
그렇다면 상당한 비용 투자를 감수하면서 CJ가 이토록 일꾼 챙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CJ그룹 관계자는 “물론 사내 직원들의 입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보장 받을 수 있으니 그에 따른 부수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대두되고 있는 젊은 층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CJ가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워크숍 자리에서 “과거에는 수출형 제조업이 성장과 고용 증대를 주도했지만 이제는 내수 산업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젊은이들이 꿈을 꿀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불황이 지속될수록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효과 역시 높아지는 분위기에서, 기업이 먼저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SPC 아르바이트생 지원 확대
“회사도 직원도 함께 커간다” 
 
최근에는 식품전문업체인 SPC 역시 아르바이트 근로자들을 위한 파격적인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 등 SPC그룹이 운영하는 직영 및 가맹 매장에서 3개월 또는 180시간 이상 근무한 아르바이트 대학생을 대상으로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한다.
 
이는 지난 2011년 8월 발표한 동반성장전략의 일환이다. SPC는 아르바이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브랜드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응모, 이중 연간 100명을 선발해 등록금을 지원한다. SPC 관계자는 “공정한 기준을 위해 아이디어 응모 절차를 마련하고 있지만, 사실상 아르바이트 생에게 등록금을 지원하기 위한 형식상 절차”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SPC는 신입사원 공채에서 10%는 학력 등에 조건을 두지 않고 아르바이트 생 가운데 선발하는 제도를 새롭게 마련하기도 했다. 전국 5000여개의 직영점과 가맹점을 통해 현장에서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생들과 함께 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회사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SPC 관계자는 “동반 성장이 사회적으로 최대 화두로 떠오른 만큼 기업이 먼저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회사와 사회가 함께 성장해 갈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 홈플러스 정년연장
손해 보는 장사? “많이~ 남는 장사!” 
 
홈플러스 역시 최근 직원들의 정년 연장을 발표하며, 고령 직원들의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기존 55세였던 정년을 60세로 5년 연장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가 60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유통업계에서 실제로 이를 실시한 곳은 홈플러스가 유일하다.
 
홈플러스 임직원 2만1000여명 중 만 50세 이상의 직원은 200여명 정도. 이들은 당장 올해부터 정년 연장의 수혜를 누리게 됐다. 홈플러스 측은 지난 9월부터 노사협의회와 정년 연장을 협의해 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당장 정년을 연장하기 위해 들어가는 추가 비용만 해도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며 “하지만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홈플러스는 지난 2008년부터 만 50~65세 남녀를 대상으로 실버 채용을 확대해왔다. 지난 4년간 매년 400명 이상, 총 1800여명의 실버 사원을 채용해 왔다. 향후에도 정년 연장과 별도로 실버 채용 인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실제로 지금까지 채용된 실버 사원들의 업무 성과를 보면 예전에 비해 상당히 젊은데다 일 처리 능력도 뛰어난 경우가 많다”며 “그런 분들이 나이 때문에 일자리를 떠나는 것은 사회적인 손실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미 55세는 사회적으로도 실질적인 정년 연령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기업 경영 측면에서도 정년 연장이 장기적으로 더 이익이라는 게 홈플러스 측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비용만 따지자면 55세 정년을 유지하는 대신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이 더 이익일 수 있지만, 서비스 공백을 고려한다면 이 같은 비용의 차이를 상쇄시키고도 남는다”며  “정년 연장이나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숙련도가 높은 직원들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는 이번 정년 연장 조치와 함께 점포에 재직 중인 비정규직 파트타임 근로자 중에서도 근무 기간이 1년 이상이고 고과가 우수한 직원들을 심사해 평균 1년에 100명 내외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