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는 혼란의 시기일수록 든든한 실적주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때를 같이 해 증시에 반가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통의 강자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이 힘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주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내 판매량 급등 소식과 함께 미국 전체 자동차 소비 증가 소식이 전해지면서 연초 실적 전망을 밝히고 있다. 주요 종목들의 지난 4분기 실적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바닥을 제대로 다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정유 및 화학주는 이란사태의 여파로 시황을 분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이 정제 마진의 상승으로 이어져 반사 이익이 기대된다. 정유사들이 감내해야 할 원료비 부담도 영업이익을 활용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새해 상저하고(上底下高) 장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차화정이 더욱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이들이 바로 실적주이기 때문이다. 지난 4분기 실적 호조는 물론 연초 실적도 긍정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신차수요 역대 최대…현대-기아차 4Q 최고실적 기대
글로벌 신차수요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판매를 바탕으로 추정한 연간 글로벌 신차 판매는 7920만대로 추정된다. 2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수치다.
이는 미국 자동차시장이 지난해 7월 이후 5개월 연속 회복되는데다 서유럽 승용차시장이 이미 유로존 금융위기를 반영하고 있어 추가적인 감소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 신차수요는 전년 대비 6%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간 기준으로 8000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속적인 신차수요 증가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4분기 실적은 사상 최대 수준이 기대된다. 기아차 역시 전분기 대비 호전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11.5% 늘어난 20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며 영업익은 85.3% 늘어난 2조3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순익은 58.5% 늘어난 2조2000억원이 기대된다.
기아차는 매출이 2.1% 늘어난 11조5000억원, 영업익은 33.2% 늘어난 976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순익은 33.7% 늘어난 1조1000억원 달성이 예상된다.
현대모비스는 매출액이 17.7% 늘어난 71조원, 영업익은 28.0% 늘어난 7630억원, 순익은 31.6% 늘어난 946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상준 동양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업황이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대차 계열 3사의 4분기 실적이 역대 최대치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주가 약세로 인해 밸류에이션이 1년 내 최저 수준에 형성돼 비중확대를 위한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현재 설비가동률이 110%를 상회하고 있다. 환율 조건도 우호적이다. 현대차는 4분기 출하 기준 112만대, 리테일 기준으로 109만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4%, 10.2% 늘어난 양이다.
4분기 공장가동률은 국내공장 119%, 해외공장 110% 등 글로벌 공장가동률이 114.5%에 달했다. 또 미국시장의 대당 인센티브가 826달러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해 수익성 개선에 일조했다.
주가도 반응하고 있다. 실제 지난 2일 21만4000원으로 출발한 현대차는 12일 22만9500원까지 오른 가운데 장 마감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도 상당 부분 올랐다.
자동차 호조를 등에 업고 덩달아 타이어주도 뛸 기세다. 실적이 받쳐준다. 한국타이어는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6.% 늘어난 1조7600억원, 영업이익은 25.2% 늘어난 119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넥센타이어 역시 매출액이 36.5%, 영업이익은 87.9% 가량 전년 대비 각각 늘어날 전망이다.
안 연구원은 "영업익과 순익이 전망치를 하회하고 있으나 이는 타이어업체들이 통상 4분기 성과급을 지급하기 때문"이라며 "이를 반영하면 오히려 컨센서스를 10% 이상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타이어업체들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원재료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실적 전망에 우호적인 요소다.
◆이란 발 태풍, 정유-화학주에 봄바람 될까
이란 핵무기 개발을 트집 잡은 미국 등 서구국가들의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선언,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실력행사가 시작될 경우 이란산 원유 공급은 당연히 중단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란산 원유를 상당량 쓰고 있는 국내 정유사들의 타격도 적잖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유화학주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란산 원유 수급난으로 원재료비 지출이 늘어난다 해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데다 오히려 원유제품 공급 부족 불안감에 정제마진이 4주 연속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 산 원유 금수조치가 본격화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을 예로 들면 연간 1100억~2200억원의 원가가 증가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연간 3조원 이상의 영업익 내에서 감내할 수준이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정제마진은 최근 4주 연속 상승하며 지난해 연평균인 배럴당 8.8달러를 넘어선 9.4달러까지 올랐다. 이란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두바이유와 브렌트유가가 상승하고 있다. 이들이 정제마진 상승을 주도한 셈이다.
석유화학종목들도 연초 화섬원료 가격인상에 힘입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 춘절 이후 계절적 성수기가 진행되면서 재고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또 미국과 독일의 경제지표 호전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며 이란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 강세도 화학업종에는 오히려 호재다.
제품별로 주요 석유화학 원료인 PX, TPA, MEG, 카프로락탐 등 상대적으로 시장 변화에 민감한 화섬원료가 제품별로 한주간 톤당 30~80달러 올랐다. 여타 원자재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또 미국 등 경기지표 호조와 국제유가 강세가 연초 석유화학 제품가격 상승을 강화시키고 있다. 석유화학제품가격의 강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다만 1월 말 중국 춘절 연휴 영향으로 거래 일부 소강이 예상된다. 2월 이후 가격이 재차 오를 전망이다.
연초 이후 정유업종이 수급 호전으로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화학 업종은 지난 4분기 경기불확실성 요인 이외 비수기 요인으로 가격 및 마진이 침체양상을 보였으나 연초 이후 점진적으로 비수기 요인이 제거되면서 시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사들의 1분기 실적은 계절적 성수기 요인과 PX시황 호전 추세를 감안할 때 실적 호조 흐름이 예상된다"며 "석유화학 또한 지난 4분기를 저점으로 화섬연료업체 중심의 수익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12일 종가 기준 SK이노베이션과 S-OIL, GS 등 정유주와 호남석유, 케이피케미칼, 한화케미칼, LG화학, 금호석유 등 화학주는 일괄 상승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