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주변은 여대 입구라 그야말로 한집 걸러 커피전문점이 즐비한 곳이다. 어김없이 김 사장은 아침 일찍 나와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머리가 희끗하고 안경 너머 진지함이 묻어나는 편안한 인상이다. 아메리카노 2잔과 피자를 시켰는데 8000원. 웬만한 고급 커피 한잔 값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갓 오븐에서 구어 낸 수제 피자를 먹는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40대에 시작한 커피 공부… 그만의 커피전문점 오픈
"20대 초반 사업을 시작했어요. 야채장사, 구멍가게, 고기집 프렌차이즈 직원, 학습지 세일즈 맨 교육 등 지난 30년 간 안 해본 일이 없지요." 김사장이 미소를 띠며 말한다.
어느덧 40대 중반의 나이. 전전긍긍하며 이것저것 일을 시작한지 25년째. 그는 "대학 진학도 고민해 봤지만 집안 형편도 어려웠고 그냥 뭐든지 내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2년 전 어느날, 동네에 갓 오픈한 커피 전문점에 앉아 이런 저런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는데 문득 커피향이 진하게 느껴졌다.
"참, 신기하네. 오늘따라 커피 맛이 너무 좋은데…." 김사장은 혼자 말을 중얼거렸다. 순간 뇌리에 빠르게 아이디어가 스쳤다. "꼭 커피값이 5000~6000원 해야 할까? 좋은 커피를 싸게 마실 수는 없을까?"
김 사장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영감과 의문을 품은 채 커피전문점을 박차고 나왔다. 그 다음날 바리스타 과정에 등록하고 커피를 배웠다. 커피 관련 책도 여러 권 사서 혼자 독학도 했다. 커피전문점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가게의 커피를 맛보기도 했다.
"좋은 커피는 좋은 원두에서 나오고, 원두를 직수입해 직접 로스팅하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커피에 대해 알면 알수록 김 사장의 머리 속에는 점점 더 좋은 가격에 제대로 된 커피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문제는 창업자금이었다. 여기 저기 알아봐도 돈을 빌릴 곳은 마땅치 않았다. 커피머신 구입, 인테리어 비용, 임대료까지 최소 2억원 정도 자금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집을 40평에서 20평 전세로 옮겼다. 애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라 한참 민감할 때였지만 가족회의 끝에 동의를 얻어냈다.
이제 좋은 위치의 매장을 구하는 일만 남았다. 자신이 사는 동네만도 커피전문점이 30곳이 넘었다. 자칫하다간 1년도 못 버티고 비용만 날린 채 사업을 접을 수도 있기에 죽기 살기로 하자고 굳게 다짐했다.
계속 마땅한 상가를 찾아 발품을 판지 2개월 만에 드디어 한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장사가 잘 안 돼 한눈에 봐도 허름한 식당이었다. 그러나 여대 정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약간 뒤로 들어간 건물이었지만 오히려 김 사장은 저렴한 가격에 입소문만 타면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60만원. 인테리어 비용까지 감안하면 전세를 줄여 장만한 돈까지 합해 재산의 절반이 들어가는 큰 투자였지만,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란 생각에 마음을 다 잡았다. 이렇게 해서 김 사장의 '엉클빈' 1호점이 탄생했다.
◆커피값 낮추고 품질은 높여…입소문 퍼져 매출 껑충
이 가게의 핵심 전략은 유명 프랜차이즈 전문점 커피값의 절반 가격으로 우수한 품질의 커피를 공급하는 것. 자연히 커피의 생산 단가를 낮춰야 했고 김 사장이 직접 뛰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제일 먼저 커피 원두를 직수입해서 김 사장이 직접 로스팅했다. 하루 4시간 밖에 자지 못하고 새벽 일찍 나와야 했지만 원가를 절반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아메리카노 한잔에 1500원. 수제 초콜릿 서비스. 특히 서비스로 제공하는 초콜릿은 단가가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러한 김 사장의 진심이 통했을까. 인근 여대 학생회에서 김 사장의 '엉클빈'을 추천해줬고 단체 예약이 늘기 시작했다.
주문이 밀려 하루 24시간이 턱없이 모자랐다. 일 매출만 60~70만원. 다음달에는 월 매출 2000만원이 목표다. 특히 김 사장이 직접 뛰며 생산원가를 절반으로 낮췄기에 가격은 반값에 판매되지만 수익은 유명한 프랜차이즈 전문점보다 두배 이상 더 좋다는 것이 김사장의 설명이다.
요즘 김사장은 전세계 50여 곳의 커피로 커피 종류를 다양화했다. 매일 하는 일이 신메뉴를 개발하는 것이다. 수제 샌드위치는 물론 커피 두잔과 피자가격이 8000원인 인기 메뉴도 그런 노력으로 탄생했다.
"보통 피자는 점심 이후에 판매한다는 인식이 있었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학생들의 얇은 주머니 사정과 아침식사를 거르고 오는 학생들에게 아침에 간단한 요깃거리를 제공하는 게 좋겠더라고요. 식재료를 제값에 공급 받아 단가를 낮추고, 직원들과 직접 오븐에 굽는다면 비용과 맛 두가지를 모두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사장은 아무리 불리한 환경이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항상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결국 충성도 있는 고객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어려워도 고객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반드시 보상을 받는 경험을 여러번 했어요." 손님 한명을 더 늘리려고 노력하기보다 지금 매장을 찾은 단 한명의 고객에게 더 정성을 쏟으라는 것. 이렇게 개척한 단골고객만 300명이 훌쩍 넘는다.
"제대로 된 정도의 길을 가세요. 맛은 정직합니다. 항상 단 한명의 고객을 위해 정성을 다하다 보면 모든 문제는 해결되지요."
활짝 웃는 얼굴로 힘주어 말하던 김 사장 얘기가 감미로운 골드 커피 한잔처럼 오래도록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