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마침내 외환은행을 품었다.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를 금융자본으로 인정하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하나금융의 힘겨웠던 외환은행 인수 절차는 사실상 모두 마무리됐다.
 
물론 아직까지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미국 금융당국의 승인여부와 론스타에 대한 결제대금 지급문제, 외환은행 노조 감싸기 등이다. 하지만 이는 큰 장벽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금융당국은 사실상 인수 승인으로 가닥을 잡고 있고, 결제대금 지급 문제 역시 론스타와 합의해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노조와의 마찰 역시 인수·합병(M&A)에 직접적인 걸림돌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외환은행 인수와는 별도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만 끝내면 퇴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의 임기가 올해 3월까지인 만큼 2월 중순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김 회장의 거취 여부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하나금융, 자산 370조…2위 금융지주사 '우뚝'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새로운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총자산 규모에서 우리금융에 이어 2위 금융지주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그동안 하나금융은 우리·KB·신한 등에 비해 덩치가 작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하나금융의 총자산 규모는 236조9000억원으로 우리(372조4000억원), KB(363조6000억원), 신한(337조3000억원)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하지만 129조6000억원인 외환은행을 인수함에 따라 366조5000억원의 총자산을 보유하게 됐다.
 

 
계열사들의 시너지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해외시장 개척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했지만, 금융위기 사태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는 다른 국내 시중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국내은행들이 베트남이나 미국, 유럽 등 해외에 지점을 설립하려면 현지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규제와 절차를 따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해외지점 설립 인가에만 6개월∼1년이 소요된다. 영업 대상자도 현지인보다는 해외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외환 뉴욕파이낸셜, 외환 로스앤젤레스파이낸셜, 미주 외환송금서비스, 캐나다 한국외환은행, 환은 호주금융회사, 인도네시아 한국외환은행, 독일 외환은행, 브라질 한국외환은행, 중국 외환은행유한공사, 환은 아세아 재무유한공사 등 총 10개의 현지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하나은행은 외환은행으로 인해 미국과 인도, 독일, 브라질 등 해외지역에서 까다로운 인가를 받을 필요 없이 현지 영업이 가능해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함에 따라 글로벌 경쟁이 가능해졌다"면서 "앞으로 하나은행이 해외시장 개척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영업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외환은행은 국내 자회사로 외환캐피탈과 외환선물, 외환펀드서비스 등을 가지고 있으며 점포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각각 654개, 355개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이를 합치면 1012개로 늘어나 국민은행(1162개) 다음으로 많아진다. 특히 1012개 지점 중 중복지점이 30~40개 정도에 불과해 영업망 확대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수혜자는 하나SK카드?

외환은행 인수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회사는 하나SK카드다. 하나SK카드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매출액이 6조원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다른 카드사들은 SK텔레콤이라는 뒷배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SK카드를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외환은행의 카드사업부(외환카드)의 매출규모는 12조8000억원에 달한다. 매출규모가 2배나 많은 외환카드와 합치면 롯데카드를 제치고 업계 5위로 올라서게 된다.
 
시장점유율도 현재 5.7%로, 3.1%를 차지하는 외환카드와 합칠 경우 단순계산으로 9%까지 뛰어오른다. 가맹점 수도 크게 늘어난다. 현재 하나SK카드의 가맹점 수는 40만개에 불과하지만 외환카드는 하나SK카드보다 6배 이상 많은 250만개의 가맹점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 등 대형 카드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김승유 사퇴카드 '만지작'… 후임구도는 누구?
 
외환은행 인수 승인 직후 관심사는 김승유 회장의 연임 여부로 옮겨갔다. 그는 지난해부터 외환은행 인수만 끝내면 퇴임하겠다는 뜻을 줄곧 내비쳐왔다. 특히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금융당국의 승인이 나온 직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다시 밝혔다.
 
그러나 지난 1월31일 열린 경영발전보상위원회(경발위)에서 일부 사외이사들은 김 회장의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을 인수한지 한두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면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차기 회장 후보로 떠오른 김정태 하나은행장 역시 김 회장의 사퇴 철회를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여론을 의식한 듯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연임하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여론이 더 나빠질 수 있다"면서 "여러 가지 주변 여건을 감안해 그가 회장직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 하나금융이 설립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인 하나고등학교 이사장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는 <머니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사퇴의사를 묻는 질문에 "(언론에 나온) 그대로다. 지금은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아 더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하나고 이사장으로서의 역할은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김 회장은 오래 전부터 하나고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면서 "하나고 이사장을 맡으면서 하나금융 경영에 조언이나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김 회장의 사퇴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하나금융 회장의 후임구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김정태 하나은행장(60)과 외환은행장으로 내정된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57) 등이다.
 
이중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역시 김정태 행장. 하지만 김 행장 역시 하마평으로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김 행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 아무것도 결정이 되지 않았고 (김승유) 회장이 연임할 수도 있는데 내 의견과는 무관하게 (하마평이) 거론되고 있다"며 "불편하고 부담스럽다"고 일축했다. 그는 김승유 회장이 연임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설득하고 있지만 최종 판단은 본인이 하는 일"이라며 "모든 것은 이사회가 끝나면 결정될 것이고 그 이후에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지주 경영발전보상위원회는 차기 회장 후보 리스트를 3월초 회장추천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횡단보도' 건너는데 1년 걸린 윤용로 행장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최종 결정되면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또 다른 인물이 있다. 바로 지난해 5월 일찌감치 외환은행장으로 내정된 윤용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기업금융부문장이다. 윤 행장은 2월10일 외환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내정될 당시만 해도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진행 중이어서 차기 외환은행장 자리는 형식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하나금융지주는 그를 하나금융 부회장으로 발탁했고 올해 1월 하나금융 기업금융부문장으로 선임하면서 사실상 하나금융지주의 2인자로 급부상했다.
 
그동안 개인과 기업금융 부문은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맡아왔다. 하지만 윤 행장이 지주 부회장에 발탁되자 기업금융 부문을 윤 행장에게 넘겨준 셈이다.
 
윤 행장이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는데 1년 가까이 걸렸다는 점 때문이다. 윤 행장은 지난 2007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직을 퇴임하자마자 바로 기업은행장에 취임했다. 그리고 2010년 12월까지 3년간 기업은행장을 역임했다. 이후 기업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난 지 5개월여 만인 지난해 5월 차기 외환은행장으로 내정된 것이다. 기업은행과 외환은행 본점은 큰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기업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윤용로 행장이) 기업은행의 영업기밀과 노하우를 가지고 경쟁은행 CEO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도의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