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감사원이 발표한 '금융소비자 보호 등 금융감독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48개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예탁금 운용수익 대부분을 돌려주지 않고, 회사 이익으로 처리했다. 규모는 무려 5500억원에 달한다.
투자자 예탁금은 주식 등을 매입하고자 증권계좌에 예치한 자금으로 투자자 증권계좌에 남은 현금을 일컫는다. 예탁금 규모와 상관없이 운용수익 기여율이 동일하므로 증권사들은 운용수익에서 필요경비를 뺀 금액을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게 감사원 측의 설명이다.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 지급 방법·절차를 위탁받은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들이 각각 마련한 기준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예탁금 이용료를 지급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만들었다. 이에 48개 증권사들은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를 금액별로 차등 지급해왔다. 지난 2009년부터 2년 동안 투자자 예탁금 운용수익 8317억원 중 투자자에게 지급된 액수는 2848억원(34%). 나머지 5469억원은 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이 사안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증권사 지도·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해당 사실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감사원은 금융위원장에게 향후 증권사들이 투자자 예탁금 운용수익에서 필요경비를 뺀 금액을 반드시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도록 제도개선을 통보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감사원이 지나치게 증권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또 증권사 PB들이 더 높은 이율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투자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는 게 증권사 측의 설명이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고객예탁금과 관련해 관리비용, 종합카드 제공비용, 전산인프라 투자비용, 예금자보험료, 감독분담금, 증권금융 의무예치 실무관련 운용비용 등 제반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CMA 등 단기 운용 상품에 예치해 고객들이 운용할 수 있는 방안도 지점 PB들이 고객에게 권하고 있다"며 "관련 법령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증권사의 탐욕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고객예탁금은 대부분 주식거래를 위한 대기자금이며 고객들도 예탁금 이용률을 인지하고 있다"며 "더 높은 이율을 원할 시 CMA로 계좌이체가 가능하지만 거래를 빈번하게 하거나 오전 동시호가 거래를 하는 고객들은 불편함 때문에 자금을 위탁계좌에 그대로 예치하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은행이 고객자금을 대출상품 등으로 운용하면서 높은 대출이자를 받고 있지만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자가 낮은 것과 같은 선상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