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는 2년 전부터 짧게는 몇 주 전 론칭한 소형주택 브랜드들이다. 낯선 이름이지만 자세히 보면 공통점이 있다. 이름 속에 아파트 브랜드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캐슬은 롯데건설의, 푸르지오는 대우건설의 브랜드다. 자이(GS건설), 비발디(한라건설), 린(우미건설) 등도 잘 알려진 아파트 브랜드다.
◆소형이지만 브랜드 아파트 같은 이미지 심기
이들은 모두 아파트 브랜드에서 차용한 건설사의 소형주택 브랜드다. 2009년 5월 상표등록을 마친 캐슬루미니는 아파트 브랜드 롯데캐슬에서 캐슬을 따와 루미니(LuMini)와 결합한 이름이다. 루미니는 빛난다는 뜻의 Luminous와 작다는 뜻의 Mini를 합성한 신조어다. 풀이하자면 ‘작지만 빛나는 롯데캐슬’ 정도로 이해된다.
2월20일 론칭한 GS건설의 자이엘라 역시 비슷한 사례다. 자이는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로 아파트 브랜드파워 최상위권에 위치한 이름이다. 여기에 효율적인(Efficient), 활기찬(Lively), 선도적인(Leading), 매력적인(Attractive) 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의 합성어인 엘라를 덧붙였다. 엘라는 라틴어로 작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분양에 성공한 도시형 생활주택 및 오피스텔 비발디 스튜디오 역시 한라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한라비발디를 차용한 케이스다. 서구권에서 거실과 주방, 침실을 하나로 묶은 소형주택을 이르는 말인 ‘스튜디오’를 자체 아파트 브랜드인 ‘비발디’와 결합했다. 서초구 양재동 사업장의 공급규모 193가구를 부각시키기 위해 비발디 스튜디오 193으로 이름을 지었다. 오피스텔 및 주거형 원룸 브랜드인 시그마도 혼재해 사용하고 있다. 한라시그마밸리는 아파트형 공장에, 한라시그마타워는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에 적용된다.
우미건설의 소형주택 브랜드는 쁘띠린이다. 아파트 브랜드 우미린에서 우미 대신 작고 사랑스럽다는 의미의 불어 쁘띠를 붙였다.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에 사용하는 브랜드로 지난해 10~11월 의정부 역사와 동탄신도시의 분양을 시작했다.
비교적 많이 알려진 아파트 브랜드 대신 주상복합 브랜드의 이름을 차용한 곳도 있다.쌍용건설의 소형주택 브랜드 플래티넘S가 대표적이다. 아파트 브랜드 예가 대신 고급 주상복합 브랜드인 플래티넘을 차용했다. S의 의미에는 Smart, Style 외에도 작다는 뜻의 Small이 포함돼 있다.
이 외에도 한화건설이 오벨리스크, 금호건설이 쁘띠메종, SK D&D가 큐브를 소형주택 브랜드로 내놨다. 또 애경그룹의 AM플러스자산개발의 와이즈플레이스, 한미글로벌의 마에스트로, 효성건설의 효성인텔리안, 한원건설의 아데나, 대호IP종합건설의 프라비다 등이 소형주택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대형사 수익성 문제로 성장 한계
대형사 중 가장 활발하게 소형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대우건설이다. 현재 전국 11개 사업장에서 분양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활발하다. 브랜드명은 대표 아파트 브랜드인 푸르지오를 살리면서 도심의 주거공간을 강조하는 시티(City)를 붙여 ‘푸르지오시티’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소형주택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수익성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가칭 미니 래미안으로 시장에 진입하려 했다가 수익성 문제로 발을 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선 부지 확보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출·퇴근 거리에 가중치를 두는 도심 근로자가 주요 수요층인 점을 감안하면 역세권에 위치해야 분양이 수월하다. 그런데 서울 등 수도권의 역세권 토지가 많지 않을뿐더러 매입가격도 엄청나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 규모가 200실 미만인 점도 섣불리 소형주택시장에 진입하기 힘든 원인이다. 단지마다 투입되는 노력은 비슷한 반면 공급규모에 따른 수익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형주택 브랜드를 갖고 있는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가 소형주택시장을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결국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라며 “만약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저렴한 자재를 사용한다면 기존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사업 추진을 미루는 건설사도 있다”고 말했다.
금호건설의 쁘띠메종이나 롯데건설의 롯데루미니가 브랜드 발표 이후에도 변변한 사업장조차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밖에 현대건설, 동부건설 등도 소형주택 사업을 추진했다가 백지화한 바 있다.
◆밀집 효과로 리스크 낮춘다
이러한 가운데 ‘결집’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비슷한 지역에 동일 브랜드를 단 소형주택이 연달아 공급되는 현상이다. 강남을 텃밭으로 삼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I’PARK)가 좋은 예다. 아파트 브랜드와 오피스텔 브랜드를 혼용해 쓰는 특별한 경우다.
2010년 288실 규모의 강남역아이파크1차에 이어 바로 옆 99실 규모의 2차를 성공 분양했다. 올 2월 초에는 지하철 2호선 신천역 도보 5분 거리에 99실 규모의 잠실아이파크를 분양해 평균 45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분양열기를 이어갔다. 강남권 일대에서 3개 단지 분양에 모두 성공한 케이스다.
강동구에서는 SK D&D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공급한 강동SK큐브 1차와 2차가 길동역 인근이다.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을 결합한 복합단지로 457실을 공급했다.
대규모 오피스텔 단지를 통해 공급 한계를 극복한 곳도 있다. 문정동 법조타운 인근이다. 한화건설의 오벨리스크(1533실)와 대우건설의 송파푸르지오시티(1249실) 등 총 6000여실의 오피스텔 공급이 예정돼 있다. 국내 최대 규모 오피스텔 단지다.
조성근 부동산114 연구원은 “재산세 감면, 거주주택 1세대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혜택 등 세금혜택으로 임대 수익성이 높아져 오피스텔에 대한 투자 인기가 높아졌다”며 “오피스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오피스텔 공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