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중순 마포구 서교동 고 최규하 대통령 가옥 근처에 '문샤인'(Moonshine)이라는 와인바을 오픈한 이여영 월향 대표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문샤인은 간판이나 인테리어 등을 보면 여타 와인바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달리 이곳은 '와인 포차'를 모토로 하고 있다.
(사진=류승희 기자)
◆고급 와인의 대안 와인 선택…직거래로 값 낮춰
문샤인은 막걸리주점인 '월향'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막걸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와인을 취급한다는 것이 언뜻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여영 월향 대표는 "문샤인은 월향이 문제의식을 갖고 외식사업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와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월향에서 고객들이 왜 막걸리가 비싸냐(월향의 막걸리는 일반 주점의 막걸리에 비해 비싼 편이다)고 시비 아닌 시비를 걸면서도 위스키와 와인은 비싼 돈을 주고 마시는 것을 보면서 직원들이 문제제기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막걸리는 고급스럽게, 와인은 더 합리적인 가격에 마시게 하자'는 생각을 갖고 와인바를 열게 됐습니다."
'와인 포차'를 표방한 만큼 이곳에는 한병에 채 2만원이 되지 않는 와인들이 즐비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맛도 없는 '싸구려' 와인을 파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문샤인은 고급 와인에 대항할 수 있는 대안 와인을 선택해 와인 수입상과 100% 직거래를 통해 와인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유명 와인과 비슷하지만 가격은 싼 대안 와인을 선택했고, 수익상과 직거래를 통해 중간 유통마진을 뺐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좋은 와인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일부 와인의 경우는 대형 할인마트의 가격보다 싼 것도 있다"고 말했다.
◆매일 100병씩 팔려…안주도 한국식
문샤인의 메뉴판을 보면 전 세계 와인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와인의 대명사인 프랑스 와인은 종류가 절대적으로 적다. 이 대표는 "프랑스 와인은 맛있으면서도 저렴한 와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샤인을 들어서면 왼쪽에 와인셀러(와인용 냉장고)가 있다. 하지만 아직 별도 칸막이를 해놓지 않아 셀러라고 부르기보다는 거치대라고 부르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와인셀러 없이 와인바 운영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여름이 오기 전에 냉장보관이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매일 100병 정도가 팔리고 있어 아직은 와인셀러가 없어도 된다. 우리랑 거래하는 수입상에서는 '문샤인이 전국에서 와인을 가장 많이 파는 가게'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샤인이 여타 와인바와 또 다른 점은 안주. 흔히 와인바에서 취급하는 파스타 등의 메뉴는 찾을 수 없다. 대신 떡갈비, 봄나물 샐러드 등의 안주를 취급한다. 외국인도 먹을 수 있는 한식 안주가 바로 문샤인의 특징이다.
그리고 와인바에 당연히(?) 있는 소믈리에도 없다. "고객이 직원에게 배워가면서까지 어렵게 술을 마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와인이 뭐 대단한가요. 결국은 그냥 술일뿐이죠."
오는 5월쯤 문샤인 2호점을 대학로에 오픈할 예정이다. 그리고 동일한 건물에 월향 3호점도 함께 문을 열 예정이다.
"월향과 문샤인의 전략은 다릅니다. 막걸리는 더 고급스럽게 해서 세계로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와인은 마치 소주처럼 '각 1병' 하면서 마실 수 있도록 만들 겁니다. 결국 대학로의 한 건물에서 고급스러운 막걸리와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이 격돌하게 되는 셈이죠. 글쎄 누가 이길까요?"
■문샤인이 추천하는 대안 와인
프로젝트 커퍼트로(Proyecto CU4TRO)
스페인산 스파클링 와인(CAVA). 샴페인(프랑스 상퍄뉴지방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의 대안 와인. 까바는 상파뉴 방식으로 제조되기 때문에 샴페인과 가장 유사한 와인이다. 4만9000원(이하 문샤인 판매가격).
쿠말라(KUMALA)
남아프리카공화국 와인으로 과일 느낌이 진하게 느낄 수 있어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쿠말라는 따뜻한 우정을 나누는 ‘우정주’로도 알려져 있다. 1만9000원.
노통 말벡 리제르바(NORTON MALBEC RESERVA)
아르헨티나 대표 와인 중 하나. 노통에서 나오는 말벡(포도의 한 품종) 와인 중 최상위권 와인. 손으로 수확된 와인이다. 국내 특1급호텔에서 20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5만5000원.
포므롤 리저브(POMEROL RESERVE)
프랑스 포므롤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세계 최고가 와인 중 하나인 샤토 페트뤼스(Chateau Petrus)가 와인 대중화를 위해 만든 와인이다. 샤토 페트뤼스의 가격은 300만~400만원대인 것에 반해 포므롤 리저브는 9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