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niche)’는 ‘틈새’를 의미한다. 경제∙경영학자들은 틈새시장을 뜻하는 니치마켓을 주류시장의 틈바구니에서 단순히 생존만을 추구하는 소극적인 개념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니치>의 저자 제임스 하킨은 니치를 기업 생존의 필수 전략이라고 말한다. 21세기, 인터넷의 발달로 흩어져 있던 개인들이 집단화되고 대중은 소수의 집단으로 쪼개지면서 다양한 틈새시장이 생겨난다. 결국 주류가 적어지면서 독특한 정체성을 지닌 집단을 고객으로 삼는 새로운 환경이 도래하며 니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주류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기기 위해 니치전략으로 등장한 비주류들이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를 맞추며 다시 주류처럼 거대해지는 것을 일컬어 니치버스터라고 한다. 니치버스터란 블록버스터와 니치가 합해진 말이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인해 매스미디어를 통해 통제 가능한 대중이 사라지게 되면서 더욱 발달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대중은 더욱 다양한 요구를 하고 이에 따라 기업은 보다 다양하고 빠른 변화에 대응해야만 한다. 이것이 니치버스터가 주목 받는 이유인 것이다.
니치버스터인 ZARA의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패스트패션의 소비 형태를 만족시켰다. 그들은 10~20대의 소비자들이 유행에 민감해서 저렴하고 한철만 입고 마는 패스트패션의 소비형태를 지닌다는 것을 포착했다. 이에 따라 복잡한 유통과정에서 오는 거품을 빼고 저렴한 가격의 높은 퀄리티의 신제품을 소비자들이 자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제공했다. 둘째, 반응 생산을 들 수 있다. 상품을 내놓은 후 전산화된 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잘 팔려나가는 제품과 그렇지 못한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각 부문에 제공한다. 피드백에 따라 자체 생산라인의 완급을 조절함으로써 재고를 최소화하고 소비자의 반응을 디자인에 반영하여 위험부담이 적은 아이템을 생산할 수 있었다.
ZARA뿐만 아니라 스타벅스도 니치버스터의 성공사례로 들 수 있다. 1970년대 대중은 인스턴트커피에 익숙하여 커피는 싸고 대중적인 음료로 인식되고 있었다. 당시 고급커피를 즐기기 위해 고가의 금액을 지불하는 사람은 소수의 열렬한 커피애호가들뿐이었다. 스타벅스는 인스턴트커피의 획일적인 맛을 내는 주류 커피업체들 사이에서 커피마니아들을 늘리는 데 주력하였다. 먼저 대중을 위한 커피의 마케팅을 펼쳤다. 고객들에게 커피감정사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사이즈를 이르는 명칭 등을 그란데(grande), 벤티(venti)와 같이 이탈리아식으로 붙였다. 반면 각각의 커피 재배지역의 독특한 특질을 가진 원두를 사용하여 마니아를 위한 커피의 마케팅도 함께 병행했다. 또한 향이 첨가된 우유와 시럽을 고객이 직접 선택하여 제조할 수 있게 했다.
더 이상 주류는 결코 규모라는 단어로 대변되지 않는다. 비주류 사업도 마니아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면 그것이 곧 주류가 될 수 있음을 앞선 사례들로 살펴보았다. 거대 기업이 만든 대중매체에 통제 받던 중간층이 사라진 지금이 니치버스터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사라진 중간층이 거대한 대중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중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과 수단이 좀 더 다양해졌을 뿐이다. 변화와 위기의 시대일수록 니치는 더욱 더 필요한 요소로 주목 받고 있다. 니치버스터가 성공하는 새로운 생태계에서는 열렬한 고객을 꼬리처럼 뒤에 달고 다니는 것이 주류가 되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제임스 하킨 지음 / 더숲 펴냄 / 1만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