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단계인 '우울'에서부터 가장 높은 단계인 '유쾌'에 이르는 감정의 각 단계를 진단하는 것. 회의 중에도 종종 직원들의 무드 엘리베이터를 측정해 대다수 직원들의 감정 단계가 낮은 상태로 진단되면 회의를 연기했다.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감성을 중요시하는 섬세한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다.
이 일화를 '글로벌 기업의 여성CEO 탄생비결'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소개한 김재원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기업의 최고수장인 CEO가 된 여성들에게는 남성성으로 상징되는 높은 열망, 도전정신, 강한 추진력 외에도 여성 특유의 리더십이 있다"고 분석했다.
권위보다는 배려와 참여를 중시하는 여성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비단 미국 등 선진국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근래 들어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사회 전반에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고 있다.
박근혜 세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사진 머니투데이
◆ 여야 대표·검사 등 공직사회 여풍 대세
요즘 정치권에는 어느 때보다 거센 여풍이 불고 있다. 4·11총선을 앞두고 박근혜와 한명숙, 이정희와 심상정까지 총선을 이끄는 여야의 지도부가 모두 여성이다. 이는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권 여풍에는 한계도 있다. 4·11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 여성 후보는 전체 후보의 7.1%인 66명에 불과하다. 정치권에선 여전히 여성이 소수이고 '비주류'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에선 보다 신선한 여성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사상 최초로 강력부 여검사가 배출됐다. 조폭 잡는 검찰 강력부는 그동안 '성역'으로 불렸던 곳이지만, 금녀의 벽이 무너진 것. 아울러 공안1부에도 여검사가 최초로 배치되고 특수1부에도 7년 만에 사상 두번째 여검사가 배치되는 등 파격 인사가 잇따랐다. 검찰 측은 남녀 구분 없이 실적과 자질에 따라 우수 여성검사들을 중요 부서에 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고위공무원 시대도 활짝 열렸다. 5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의 수가 지난 10년 동안 5배 이상 껑충 뛰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 420명이었던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수가 2010년 2143명으로 늘었다. 직급별로는 5급이 315명에서 1700명으로, 4급이 88명에서 392명으로 증가했다. 3급 이상도 17명에서 51명으로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행정부 일반직(행정·기술직군) 전체에서 여성 공무원이 1만2878명에서 3만324명으로 2배 남짓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5급 이상 고위직에서 여성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서주현 행안부 균형인사정보과장은 "정부는 본격적인 관리자로 간주하는 4급(서기관) 이상 여성 관리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4급 이상 여성 관리자 임용 확대 5개년 계획'을 추진해왔다"며 "2006년 기준 4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중은 전체의 5.4%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7.4%로 상승하는 등 점진적으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여성 고위공무원의 확대는 이제 '시간의 문제'로 판단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여성 공무원의 진출이 늘어났기 때문에 연공서열로 승진하는 공무원 특성상 이들이 고위 공무원단에 진출하기까지는 '시간차'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주현 과장은 "여성 관리자 임용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승진 후보 중 여성에 대한 관심이 크다보니 일각에선 역차별(남성 차별)을 호소할 정도로 여성 승진의 길은 열려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직사회 여풍은 아직도 전반적인 취업시장에선 찬밥 신세인 여성들의 현실을 더 극명하게 반영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적'이 곧 능력으로 평가받는 것은 공무원·공기업 시험에서나 통용된다는 것이다. 일반 기업의 경우 아직도 여성에게 '보이지 않는 장벽'이 굳건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취업문에서 소외된 여성들이 공무원 시험에 더욱 매달리면서 공직사회 진출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주요 기업의 신규 취업자 성비 분석을 보면 그야말로 '남성 천하'다. 2010년 SK그룹과 LG그룹의 여성 합격자 비율은 20%에 그쳤다. 반면 주요기업의 남성 합격자 비율은 현대중공업 90.3%, GS 82%, 한화 82.9%, 두산 81.2% 수준으로 두드러졌다.
신규 진입도 힘들지만 승진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1000명 이상 규모의 국내기업에서 여성 인력 비중은 40%에 육박하지만 이중 여성 관리자는 17%, 여성 임원은 6.2%에 불과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김재원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여성이 경영진으로 승진하는 데는 강력한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며 "대기업일수록 벽은 더욱 높아 국내 대규모 상장기업의 여성 CEO는 1%도 안 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영진 중 여성이 늘어나면 그룹의 다양성이 촉진돼 창의력 증진 및 기업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며 여성 리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 베이비부머 세대 여성 사회참여 늘어
최근 중년 고용시장에서는 40~50대 여성들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40대 여성의 고용률은 63.2%로 20(57.5%)~30대(52.9%) 여성의 취업률을 압도한다. 50대 여성 고용률 또한 높아지는 추세. 지난해 처음으로 50대 여성 취업자가 200만명을 돌파했다.
이한승 서초인력개발센터 관장은 이러한 40~50대 여풍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배우자들이 대거 사회에 나오면서 40~50대 여성들의 경제활동참여율이 부쩍 높아지는 추세"라며 "다만 기술을 요하지 않는 직종에서 수요가 높아져 여성들의 전문성과 발전 가능성을 키우기 위한 심도 높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