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우리나라의 셋째아이 출산이 10년 만에 5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 자료가 발표됐다. 출생아 중 셋째 이상인 아이가 차지하는 비중도 11%로 1984년 이래 가장 높았다. 저출산 문제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출산 유도를 위해 다자녀 지원 혜택을 늘리고 있는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정부의 분석처럼 실제로 지원책이 셋째아이 이상 출산율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쨌든 최근 들어 '셋째아이 출산'에 관심이 높아진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그러나 셋째 출산은 여전히 부모들에게 부담스러운 고민거리다. 자녀를 키우는 기쁨을 돈과 비교할 순 없겠지만, 자녀 한명을 키워내는데 몇억원의 비용이 든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육아 문제나 교육비 등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실제로 셋째 출산을 고려 중인 부모들의 솔직한 고민을 짚어봤다.
 

 
◆'일이냐 아이냐' 선택의 갈림길

40대 후반의 워킹맘 김도영씨.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 그는 최근 셋째아이 출산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 김씨가 먼저 남편에게 늦둥이 얘기를 꺼냈고, 처음에는 의아해 하던 남편도 최근에는 진지하게 고려해보는 듯한 눈치다.

김씨는 "첫째를 키울 때는 일과 육아를 함께 하는 게 정말 힘들었는데 오히려 둘째 이후에는 여유도 생기고 아이를 기르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지금은 애들도 어느 정도 컸고 엄마로서의 욕심이 다시 한번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랜 고민에도 부부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원한다고 아이를 금방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막상 생긴다고 하더라도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두렵다"며 "지금 당장은 적극적으로 출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김씨 부부의 경우 자녀들이 중·고등학생으로, 교육비가 가장 많이 투자되는 시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셋째 출산으로 인해 맞벌이를 포기할 수도 없다. 최근 다자녀 지원 혜택이 많아진다고 하니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얘기다. 그는 "아이 한명을 대학교육까지 시키려면 2억원가량 비용이 든다는데, 현재 검토 단계인 다자녀 대학등록금 지원책만 믿고 20년 뒤의 일을 장담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그렇다고 부모가 되기를 결심하면서 아이 키우는 것을 국가에 모두 맡길 수도 없고 기본적으로 부모가 경제활동이 가능해야 하는데 사회 분위기상으로도 어려운 일"이라며 "여성들의 육아휴직이나 직장을 그만뒀다가 다시 사회로 진출하는 것과 관련된 지원책이 하나도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30대 초반의 이하영 씨도 김씨와 비슷한 고민을 토로했다. 현재 전업주부인 이씨는 5살 쌍둥이 유치원생 딸아이의 부모다. 그는 "쌍둥이를 기르다 보니 남편은 자연스럽게 한명 더 바라는 것 같은데 나는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 남편의 벌이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자녀 한명을 더 키우는 것은 겁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아이가 늘어나면 그만큼 생활비도 더 필요할 것이고 교육비 역시 일정부분 정부 지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결국은 부모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육아에 대한 고민이 크다. 홍보대행사에서 일했던 그는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지만 셋째를 출산하면 또 다시 발목을 잡힐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가족들의 도움을 받겠지만 일차적으로는 부모, 특히 엄마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며 "엄마들이 '일이냐 자식이냐'를 두고 고민하게 만드는 것부터가 문제인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사진 머니투데이
 
셋째는 국가가 키워준다? 글쎄…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셋째아이 출산은 고액의 육아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있는 집'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다자녀 부모들의 생각은 이와 달랐다. 네이버 카페 '다자녀 행복 만들기'를 통해 실제 셋째아이 출산 이후 경제적 부담과 지원책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이 카페의 카페지기(제헌선우)는 "게시판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내용이 '셋째를 임신했는데 고민이 많다'는 것이다"며 "통상 자녀가 많다고 하면 감당이 가능하니까 낳은 것 아니냐고 하는데 실제로는 우연치 않게 셋째를 임신해서 낳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그의 생각은 어떨까. 가장 큰 고민일 수밖에 없는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그는 "자녀가 세명 이상일 경우 두명만 있을 때보다 경제적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세명 이상의 자녀를 데리고 외출이라도 하려면 택시를 타는 것조차 쉽지 않다. 자동차나 주택은 기본적으로 필요하고 난방비나 전기세 등 기본적인 생활비를 아끼는 것 또한 아이들을 생각하면 만만치 않다. 가장 부담스러운 교육비 역시 여느 부모나 마찬가지다. 그는 "형제들끼리 경쟁의식이 생겨 여러 측면에서 상승효과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첫째가 학원 얘기를 꺼내면 동생들 때문에 원하는 학원을 모두 보내줄 수 없어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고 속상해 했다.

육아 문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는 "특히 다자녀 워킹맘의 경우 자녀가 많다는 것 때문에 재취직이 어려워지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일을 그만두지 않고 버티는 슈퍼맘들이 적지 않다"며 "가족들이 사는 동네 근처로 이사를 가서 도움을 받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토록 만만치 않은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데 최근 늘고 있는 다자녀 지원책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일까.

지난달 세 아들의 아빠가 된 정상훈 씨는 자신의 경우를 들어 조근조근 비용을 따져 답했다. 정씨는 최근 1억원 정도를 대출받아 집을 장만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첫째와 둘째의 교육비 지원이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집을 구매하기 전, 그는 두 아이 합쳐서 매달 약 100만원의 교육비를 지원받았다.

그는 "집이라는 자산이 생기니 대출과 상관없이 혜택을 못 받게 됐다. 그때쯤 아내가 셋째를 임신했고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래도 셋째부터는 아이들의 어린이집 보내는 비용을 무조건 전액 지원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한다.

당장 어린이집 비용은 지원을 받았지만 앞으로의 육아 비용을 생각하면 그 역시 첩첩산중은 마찬가지다. 정씨는 현재 1년에 두번 50만원가량의 자동차세를 지불한다. 셋째 출산으로 이 비용을 100% 지원 받는다고 하지만, 매달 셋째에게 들어가는 돈만 해도 100만원을 웃돈다. 그는 "기저귀 값만 한달에 10만원이고 분유 한통을 사도 3일이면 다 비운다. 예방주사비 등 들어갈 비용도 많다"며 "전기세 역시 많이 써봐야 5만원인데 이 중 20%를 지원받아도 '술 한번 안마시면 되는 값' 아니냐"고 표현했다.

카페를 통해 답변을 달아준 이들도 대부분 비슷했다. 대표적으로 어린이집 비용만 하더라도 원비는 지원을 받지만 교재비나 차량비 등 추가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학습지 다자녀 무료 지원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알아봤지만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경험담도 있었다. 지원책에 대한 변동이 잦아 혼란을 겪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아이디 'BibibiG'는 "혜택 좀 받으려고 해도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고 지자체마다 혜택 내용이 워낙 복잡해 구청에 질문해도 모른다는 답변을 듣기가 일쑤다"며 "당장 혜택이 늘어난다고 한들 홍보가 제대로 안되면 부모들이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등골 빠져도 셋째가 좋은 이유

그렇다면 셋째 출산을 고민 중인 부모에게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할까. 이 질문을 던지자 하소연만 쏟아내던 부모들은 한결같이 "경제적인 부담만을 따지기엔 자녀를 키우면서 느끼는 행복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답한다.

카페지기인 '제헌선우'는 "셋째아이를 가졌을 때는 상당히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셋째를 가진 부모들은 쉽게 넷째를 갖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형제가 많아지면서 아이들이 더 밝고 활기차지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부모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전에 비하면 다자녀 지원책이 늘고 있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부모들이 자녀를 얻는 기쁨보다 경제적인 부담을 먼저 따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육아 시스템과 같은 정말 필요한 부분에서 지원책이 늘었으면 한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