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이 부실 저축은행 인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미 사들인 부실 저축은행의 영업 성적표가 저조한데도 추가로 저축은행을 인수하라는 금융감독당국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 5월3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출범식에서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_뉴스1 이명근 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5월30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권청년창업지원재단' 출범식에서 "5월 초 문을 닫은 솔로몬·미래·한국·한주저축은행의 매각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금융지주사들이 추가로 저축은행을 인수해야 서민금융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지주사들이 저축은행을 인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지주사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인수한 KB저축은행(옛 제일)과 신한저축은행(옛 토마토), 하나저축은행(옛 에이스·제일2)의 경우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대부분 적자다. 많게는 1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나마 우리금융이 인수한 삼화저축은행은 간신히 2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거뒀을 뿐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이미 저축은행의 적자행진을 예상한 터다. 저축은행은 그동안 시중은행보다 금리를 조금 더 얹어주면서 수신경쟁을 했으나 신뢰도 추락으로 추가 수신이 힘들어지고 운용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부실 저축은행을 추가 인수할 경우 수익성은 물론 은행 이미지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저축은행을 인수하라는) 정부의 공식적인 요청이 없었고 (추가 인수여부에 대해) 고려해본 적도 없다"며 인수불가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지난번에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한 KB저축은행이 적자다"며 "국가경제와 금융 안정을 위해 돕고 싶지만 주주 입장에서 볼 때 조금 곤란하다"고 말했다.
 
신한·하나금융 역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신한저축은행 출범식에서 추가적인 퇴출 저축은행이 나올 경우 사들일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지만, 신한저축은행의 영업이 정상궤도에 오른 다음에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외환은행과의 대형 인수합병을 마무리 했고, 미래저축은행과의 연루 의혹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 따라서 추가로 저축은행을 인수할 만한 시기가 아니다.
 
이 같은 금융지주사들의 잇단 반대의사에 금융당국도 난처한 모양새다. 금융지주사들이 막판까지 저축은행 인수를 거부할 경우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떠넘기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금융지주사들이 저축은행 인수를 회피한다면 국책은행들이 이를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국민 세금으로 또다시 저축은행을 구제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실 저축은행을 부담스러워 하는 금융사들이 많아지면서 금융사와 금융당국 모두 난처한 입장에 처한 것 같다"며 "이는 우리나라 금융정책이 얼마나 후진국에 머물러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