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한 후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아들이 매일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지친 모습을 어머니가 안타깝게 여긴 것이다. 아들 역시 어머니의 귀농 제안을 받아들였고, 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후 얼마 전 충청북도 음성에 내려가 시설채소를 재배하며 지내고 있다.
#2 한 때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했고 서울과 경기도에서 수년간 태권도장을 운영했던 전모씨는 지난해 부인과 함께 경기도 연천으로 터전을 옮겼다. 그동안 도시에서만 생활했고 태권도가 주특기였던 전씨는 사실 농사일에 두려움도 느꼈지만, 오히려 부인이 적극적으로 귀농을 제안했다고 한다.
두자녀 모두 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자리를 잡았으니 이젠 각박한 도시생활을 접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씨 부부는 지금 6600㎡의 땅을 임대해 과실을 생산하고 있으며, 본인 소유의 토지에서는 종묘를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귀농 후 경제적으로는 넉넉하지 못한 생활을 하는 중이다. 그래도 전씨 부부는 귀농을 후회하지 않는다. 소득은 내려갔지만 삶의 즐거움은 오히려 올랐기 때문에 당장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전씨 부부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
사진_뉴스1 양동욱 기자
도시생활을 접고 귀농 또는 귀촌하려는 사람들의 목적과 사연은 다양하다. 그래도 대부분 귀농인들의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각박한 도시를 떠나 자연을 벗 삼아 편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간혹 농사로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환상에 사로잡힌 귀농인들도 있겠지만, 대체로 부와 명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농촌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부유하고 화려한 삶 대신 소박하지만 삶에 대한 자기만족도를 높이려는 다운시프트족의 모습이다.
◆급증한 귀농 다운시프트족
귀농인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사실은 수치상으로도 명확히 증명된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무려 두 배 이상 증가했을 정도로 귀농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는 중이다.
귀농귀촌종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수는 1만503가구이다. 2009년 4080가구, 2010년 4067가구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해 동안 귀농한 가구가 처음으로 1000가구를 넘긴 해는 2004년이다.
2001년 880가구, 2002년 769가구, 2003년 885가구에 이어 2004년에는 1302가구로 늘었다. 이어 2005년과 2006년에는 각각 1240가구와 1754가구를 기록했고, 2007년과 2008년에는 각각 2384가구와 2218가구가 귀농을 해 귀농인구 2000가구를 돌파했다.
손태식 귀농귀촌종합센터 상담위원(신흥대학 교수)은 "현재 추이로 봐선 올해 귀농인구가 2만 가구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인 욕심을 줄이고 여유로운 삶을 찾아 귀농하려는 은퇴 세대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손 위원은 "얼마 전 중소기업중앙회 주체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도 귀농 상담을 받으려는 장년층이 상당히 많았다"며 "농사는 정년이 없다는 점도 매력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진_머니투데이
◆성공적인 귀농귀촌 11단계
농촌 생활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금물이듯 무턱대고 농촌에 집과 땅을 마련했다고 귀농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귀농귀촌종합센터는 귀농귀촌의 절차를 11단계로 정리해 제시하고 있다. ▲귀농 결심 ▲농가 방문 ▲영농 체험 ▲주말 영농 ▲가족 동의 ▲작물 선택 ▲정착지 물색 ▲기술 습득 ▲주택 및 농지 매입 ▲영농계획 수립 ▲정착 등의 체계적인 절차에 따라 귀농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물리적인 준비 외에 귀농 후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손 위원은 "도시는 폐쇄적인 문화이지만 농촌은 공동체생활이란 문화적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며 "귀농인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서야 농촌 생황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리 농사지을 작물을 선별하고 관련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필수다. 손 위원은 " 기후와 토지의 특성 등을 감안해 지역에 잘 맞는 작물을 선택하는 게 필수"라며 "귀농할 지역과 작물을 확정했다면 영농기술을 습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웃으로부터 기술을 전수 받고, 학문적으로 체계화된 교육은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지원 받으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손 위원은 "굳이 빚을 지지 않고 오직 자신의 힘으로 귀농을 준비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라며 "그러나 경제적으로 여력이 없는 분들을 위해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간혹 귀농지원금에만 욕심을 내고 귀농 상담을 하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설프게 귀농 자금이 지원되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아울러 손 위원은 "아무리 욕심을 버리고 여유로운 삶을 위해 귀농을 한다 해도 농촌 생활은 현실이고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귀농을 하면 모든 삶이 바로 좋아질 것이란 환상과 막연한 기대감은 갖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