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의 최양하 회장이 힘겨운 여름을 맞고 있다. 지난 4월 주주총회를 통해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한샘의 대표이사로 재선임되면서 19년째 '업계 최장수 전문경영인'의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최근 한샘을 둘러싼 이런저런 고민들로 속앓이를 하고 있어서다.
 
◆이케아는 몰려오는데…

올 들어 최 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수년간 지켜온 가구업계 '부동의 1위' 자리에 적잖은 위협요소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를 긴장시킨 장본인은 스웨덴에 본사를 둔 세계 1위 가구업체 이케아. 스웨덴 등 26개국에 28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케아는 지난해 37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가구 공룡'으로, 2014년 경기도 광명시에 직영 1호점을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회장이 이케아를 최대의 위협상대로 여기는 것은 이케아가 가진 가격경쟁력 때문이다. 이케아는 막강한 구매력과 '박리다매'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주로 취하는데 세계 55개국에 1300여 협력업체를 두고 있어 '상품 풀'이 풍부하다.

이 같은 가격경쟁력을 장점으로 국내 인터넷 오픈마켓에서도 이케아는 한창 인기몰이 중이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이케아 전문관이 오픈한 이후인 지난 5월17~28일까지 이케아 상품 매출은 앞선 주인 5월5~16일에 비해 15%가량 상승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전문관이 오픈된 이후 일부 인기상품에 고객들이 몰리면서 조기 매진된 사례도 있어 실제로는 앞선 주 대비 30% 정도의 매출 상승효과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매년 10% 안팎의 성장세를 이어온 한샘이라고 해도 국내 시장에서의 정면승부를 이케아와 펼쳐야 하는 만큼 최 회장은 다양한 전략구상이 필요하게 됐다. 최 회장 본인도 "이케아의 국내 시장 진출에 앞서 외형 성장 등으로 확고한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선언한 만큼 앞으로 한샘은 고객서비스 강화, 유통망 확충 등 가격경쟁력과 서비스질 향상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_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사표 잘 쓰는 회사라고?

최 회장을 괴롭히는 한샘의 또 다른 오명(?)은 바로 업계 1위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이직률이 높은 기업'이라는 점이다.

한샘은 국내 가구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이직률이 경쟁기업에 비해 비교적 높은 것이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샘 직원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4년10개월로 경영환경 악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3위 업체 에넥스(9년 4개월)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2위 업체인 리바트(10년)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우회적으로 살펴볼 때 한샘 인력이 외부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한샘에서 영업, 기획 등을 담당하는 사원·대리급 직원 15명이 LG그룹 계열 건자재·인테리어 업체인 LG하우시스로 이직했다.

이 때문에 한샘은 LG하우시스 측에 '인력 빼가기'를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두차례에 걸쳐 발송하기도 했다. 한샘 관계자는 "LG하우시스가 B2C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전체 인력의 약 10%를 한샘 인력으로 채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샘에서 LG하우시스로 이직한 인력은 전원 사원·계장·대리급으로 기업의 핵심인재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 잠실의 한샘 직매장
 
◆일감 몰아주기·고액 배당잔치 논란 '골치'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논란이 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한샘쪽에서도 부각되는 것 역시 최 회장의 여름을 힘겹게 하는 요인이다.

한샘은 지난 4월 기준으로 총 7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많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한샘이펙스가 이번 의혹의 중심에 섰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이펙스는 2011년 매출액 564억원 가운데 47%인 266억원을 한샘계열사로부터 얻었다. 한샘이펙스를 밀어준 한샘계열사는 한샘을 비롯해 한샘INC, 한샘도무스, 넥서스상사, 한샘서비스원 등인데 그중 한샘은 261억원을 몰아줬다.

2010년에는 더 심했다. 한샘은 한샘이펙스의 그해 매출 354억원의 57%에 해당하는 202억원을 한샘이펙스에 밀어줬다. 

한샘이펙스는 이 같은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바탕으로 지난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 주주들에게 고액 배당을 실시해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현재 한샘이펙스는 최양하 한샘 회장이 지분 41.28%(12만7983주)로 최대주주이며 뒤를 이어 한샘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의 장녀 은영씨가 35.52%(11만120주), 강승수 한샘 부사장 8.58%(2만6600주), 조창걸 명예회장이 5.0%(1만5,496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0년 주당 5000원(31만 주)씩 총 15억5000만원을 주주들에 배당했는데 배당성향이 무려 98.82%(2011년은 55.43%)를 기록하는 초고배당이었다. 당시 최 회장은 6억3992만원, 은영씨는 5억5060만원, 강 부사장은 1억3300만원, 조 명예회장은 7748만원을 받았다.

이와 관련 한샘 관계자는 "한샘이펙스는 2010년 이전까지는 계속 적자를 기록해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10년부터 이익이 나면서 뒤늦게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서도 "부엌가구 상판 제품은 한샘이펙스를 비롯해 대기업군에서 LG하우시스, 한화L&C, 제일모직 등이 경쟁하고 있지만 (가구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대기업 제품보다 전통이 있고 가격이 저렴한 한샘이펙스의 제품을 사용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