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바꾸겠습니다!”

지난 6월 오비맥주의 사령탑에 오른 장인수(57) 사장이 ‘취임 1개월’만에 바꿈의 혁신을 실현해가고 있다. 최근 취임 이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학력이나 성별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철저히 실력 기준으로 인재를 발굴하겠다”며 실력중심의 경영철학을 대내·외에 공표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장 사장 본인도 학력 설움을 딛고 일어선 주류업계의 대표적인 ‘고졸 신화’ 로 꼽힌다. 전남 순천 출신인 그는 고졸(대경상고)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1980년 ㈜진로에 입사한 이후 진로의 이사, 상무 등을 거쳐 지난 2010년 오비맥주로 옮겨 영업총괄 부사장을 역임하는 등 33년 간 승승장구의 길을 걸어왔다. 15년 만에 오비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에서 정상을 탈환한 것도 그의 ‘작품’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대졸 응시자격 '철폐'…"영어도 없애라"

때문에 그는 "이제는 누구나 실력만 갖추고 있다면 출신학교나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파격적인 인사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장 사장은 사원채용의 기본원칙에서 대졸 이상으로 규정된 현재의 자격조건을 과감히 없애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영업 및 관리직 신입사원 공채를 할 때 4년제 대졸 이상으로 규정된 현 응시자격 제한을 아예 철폐하겠다는 것. 여기에 입사기준에서 고졸 출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영어성적을 제외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천편일률적으로 영어성적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국내 주류 도매상이나 일반 업소를 상대로 판촉활동을 할 때 굳이 영어를 쓸 이유가 없다. 오히려 영업인턴을 채용하면서 영어성적을 기재하지 않도록 했더니 업무역량이 더 뛰어났다“고 역설했다.

실제 장 사장은 회식 때 모든 직원들에게 영어를 쓰면 벌주 한잔씩을 마시게 하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그동안 오비맥주 직원들이 '유흥업소'를 'BNO(Big Night Out)', '가정 소비자'를 'OTM(Off Trade Market)'으로 영어 약자를 쓰는 것에 대해서도 "영업사원이 습관처럼 쓰는 영어단어를 도매상 사장들은 이해 못한다. 거래처와 말이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진솔한 영업이 되겠느냐"며 사용자제를 권고하기까지 했다. 

대졸 중심의 채용정책을 과감히 철폐한 것과 함께 장 사장은 여성 인재 등용에 있어서도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나섰다. 그는 "주류영업 하면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은 분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3개월 간의 영업인턴 프로그램을 거쳐 경쟁을 통해 여성을 영업사원으로 채용했더니 효과가 많더라"며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영업에 접목하기 위해 앞으로 여성 인재의 채용도 꾸준히 늘리겠다"고 말했다.
 
◆여성 채용에 '활짝'…"CEO지만 바닥영업도 계속"

인재등용에 있어 파격 정책을 선포한 그는 최고경영자의 위치에서도 ‘바닥 영업’을 계속하겠다는, 영업 중심의 경영의지도 드러냈다. 본인의 승진으로 공석이 된 영업총괄 부사장 자리를 당분간 계속 겸직하면서 영업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4분기 15년 만에 하이트맥주를 제치고 맥주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데 이어 올 들어서도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가 조사한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은 올 1분기 53.8%(하이트진로 46.2%)에서 지난 4월엔 54.3%로 확대됐다.

그러나 장 사장은 “시장점유율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단순 수치다. 1등에 연연해하지 않고 2등 정신으로 더 낮고 겸손하게 뛰겠다”며 지역별 ‘맞춤영업’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장 사장이 언급한 ‘맞춤영업’이란 지역마다 시장점유율과 도매사 성향, 업소형태 등이 다른 상황에서 각 지역 특성에 적합한 영업과 소비자 밀착형 바닥영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같은 맞춤영업 전략으로 오비맥주는 최근 2년 사이 취약지역인 영·호남에서 판매가 크게 높아졌다. 부산지역의 경우 2년 전만 해도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이 10%대에서 불과했지만 최근엔 25~26%까지 비높아졌고, 광주지역 역시 3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으로 점유율이 크게 뛰었다.

◆'밀어내기' '영업회의'도 없애 '1위' 견인

30여년의 경력만큼이나 국내 주류업계의 ‘산 증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장 사장은 사실 오비맥주 사장 취임 이전부터 이미 자신의 위치에서 ‘바꿈’의 경영철학을 실천해온 인물이다.

오비맥주로 적을 옮긴 직후 장 사장은 우선 제품의 유통 방식을 뜯어고쳤다. 영업사원들이 월말마다 도매상 창고에 술을 쌓아두는 '밀어내기'식 영업을 금지시켜 맥주 재고량을 대대적으로 줄였던 것. ‘밀어내기’는 월간 실적을 내기 위해 주류업계에서는 이미 오랜 관행처럼 여겨진 방식인데, 장 사장은 도매상에 맥주가 쌓이면 쌓일수록 소비자는 그 만큼 출고된 지 한참 지난 맥주를 마셔야 한다는 점을 문제시했다. 

그는 "제품의 유통 사이클이 짧아지면 소비자가 더 맛있는 맥주를 마실 수 있고, 이는 결국 시장점유율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자신했다. 결국 장 사장의 신념은 오비맥주가 15년만에 하이트진로를 제치고 정상을 탈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말았다.

또 하나 장 사장이 바꾼 경영방식으로는 ‘영업조직 회의’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현장을 돌아다녀야 할 지점장들의 ‘업무시간’을 뺐어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장 사장은 "1년에 자동차 주행거리가 7만㎞가 넘고, 비행기·KTX까지 합치면 20만㎞가 넘을 것"이라며 "회의할 안건이 있으면 내가 직접 돌아다니겠다“는 지론을 편 것으로 전해진다.

<프로필>
1955년 전남 순천 출생/1973년 대경상업고등학교 졸업/1976년 삼풍제지주식회사 경리부 입사/1980년 진로 입사/1999년 진로 서울권역담당 이사/2003년 진로 서울권역담당 상무/2007~2009년 하이트주조·주정 대표이사/2010년 오비맥주 영업총괄 부사장/2012년 6월~ 오비맥주 대표이사 사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