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강남지점 A씨(47)는 얼마 전 부인으로부터 의심 섞인 질문을 받았다. 집으로 날아온 과속 단속 통지서 때문이었다. 통지서는 주식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강남 자산가들이 금고문을 걸어 잠근 탓에 새롭게 투자를 유치하러 다른 지역 자산가들을 찾아다니다 경기도 포천시 국도에서 찍힌 것이었다. A지점장은 증권사들이 어렵다는 뉴스가 매일 쏟아지는 상황에서 자세히 설명해봤자 부인의 걱정만 더 키울 것 같아 '그냥 일 때문에'라고 짧게 대답했다.
증권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살림도 팍팍해졌다. 국내 최대 자산가들이 모여 있다는 강남지역 지점장이 하루 수백km를 운전하면서 지방 자산가들을 찾아 다녀야 하는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몇달 전부터 판매관리비를 대폭 줄이는 동시에 지점간 통폐합과 축소, 인력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건물 복도의 조명이 꺼지고 이면지 활용이 일상화된 지는 이미 오래다.
최근엔 단순한 비용절감을 넘어 체질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중심의 수익구조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장기적인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순익 4분의 1 토막…'다 똑같은 수익구조 탓'
국내 증권사들은 투자심리 위축으로 증시가 얼어붙으면서 수익이 급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 1분기(4~6월)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16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2.7% 감소했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주식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수탁수수료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주식거래 대금은 지난해 1분기 571조9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386조1000억원으로 32.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탁수수료는 1조4490억원에서 9100억원으로 37.2%나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체 62개 증권사 중 21개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사 3곳 중 1곳은 적자인 셈이다.
A증권사 임원은 "수수료에 집중된 증권사들의 취약한 수익구조가 이번에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며 "수십개의 증권사가 파이 한두개를 두고 싸우면서 수수료 인하 경쟁까지 벌이다보니 수익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 넓혀라"…해외진출 박차
증권사들이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곳은 해외시장이다. 대우증권은 지역별 차별화 전략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상승국면으로 접어든 미국은 자기자본투자(PI)·사모펀드(PE) 등의 채널을 통해 부동산과 실물자산에 투자하고 유럽은 NPL(무수익여신), M&A(인수합병) 등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동남아 중심의 이머징마켓에서는 기업금융, 트레이딩, 브로커리지 등을 확대할 예정이다. 대우증권은 이를 통해 현재 4% 수준인 해외수익 비중을 오는 2015년까지 1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동양증권은 캄보디아에서 기업공개(IPO) 부문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양증권은 지난 4월 증시 첫 상장기업이자 캄보디아 국영기업인 '프놈펜수도공사'(PPWSA)의 상장주관사 역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올해 안에 2호 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우리코린도증권이 호실적을 기록하는 등 해외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며 현대증권은 연내 개소를 목표로 싱가포르 현지법인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개편·인력 확충…채권부문 강화 분주
증권사들은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영업기회가 늘어나는 채권부문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대증권은 채권사업 역량강화를 위해 채권사업본부를 채권운용본부와 채권영업본부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현대증권은 지난 4월 채권브로커 1세대로 활약한 김신 사장 취임 이후 국내 채권통화상품(FICC)의 선구자로 꼽히는 성철현 전 우리투자증권 상품운용본부장을 캐피탈마켓부문장으로 영입하는 등 채권사업 강화에 몰두해왔다.
삼성증권은 리테일사업본부 산하에 있던 상품마케팅 조직을 상품마케팅실로 승격해 기존 CM(캐피털마켓)사업본부 내에 있던 FICC(채권통화상품)운용팀으로 편입시켰다. 이와 함께 관련 부서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홀세일(Wholesale) 영업조직에 기관대상 채권·통화 등의 영업을 담당하는 'FICC사업부'를 새롭게 배치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김병철 전 동양증권 FICC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했고 올해에만 채권 전문인력을 17명이나 늘렸다. 한화투자증권은 채권영업팀 9명을 한꺼번에 영입하는 등 총 인원을 25명으로 확대했다.
◆상품·자문역량 강화…자산관리도 '심혈'
증권업계는 자산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이달 들어 종합자산관리 강화에 중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상품전략본부를 신설해 상품 및 투자자문서비스에 관한 업무에 집중하기로 했다. 상품전략본부는 고객자산운용본부와 웰스케어센터, 상품개발부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상품 콘트롤타워 기능 및 종합자산관리 업무지원을 위한 컨설팅과 상품공급 기능까지 담당한다.
미래에셋증권은 개인별 맞춤형 종합자산관리가 가능한 '프리미어 멀티랩'(Premier Multi Wrap) 등의 상품을 내놓았다. 프리미어 멀티랩은 1대 1 맞춤식 투자일임형 랩어카운트로 지점 전담 자산관리사가 고객의 투자목적 및 성향을 반영해 운용·관리하는 상품이다. 은퇴자산관리 등 자산관리에 대한 투자자 교육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신영증권은 젊은 직장인 전용인 '플랜업스타'와 40대 중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플랜업프라임'이란 자산관리서비스를 새롭게 내놨다. 우리투자증권은 '100세시대 연구소'를 통해 자산설계는 물론 상품 추천과 은퇴 이후 자산관리까지 담당하는 등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