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폭넓은 분석이 이뤄졌던 영업상 변수와 달리 정책적 변수는 일회성 이슈로 간과돼 왔지만 실제로 정책적 변수는 기업가치 및 밸류에이션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실례로 SK텔레콤과 한국전력은 2000년대 초반까지 시가총액 비중이 각각 12%와 10%에 달했지만 지난 10년간 지속된 정부의 규제로 밸류에이션이 하락하면서 시총 1~2% 수준까지 떨어졌다.
교육업종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입시 정책 변화에 따른 성장 모멘텀 훼손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누려온 성장산업으로서의 지위를 잃었다. 이 같은 점에서 내년 새롭게 출범할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복지확대, 새정부 정책의 '열쇠'
새로운 정부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양극화 해소와 경기부양에 두고 복지확대와 일자리 창출, 대기업 규제 및 중소기업 육성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 침체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데다 지난 10년간 수출확대 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치면서 수출 제조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했고 노동시장 유연화로 가계소득 증가율이 둔화되는 등 양극화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심화된 계층 및 기업간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복지확대와 대기업 규제라는 큰 원칙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경기부양 및 양극화 해소를 위한 주요 정책적 수단으로 지난 19대 총선 당시 여야 모두가 첫번째 공약으로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던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세계경제가 침체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정부는 빠른 기간 내에 경기부양 효과와 건전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성장동력 확충에 주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정부는 의료산업이나 복지관련 산업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이는 바이오산업이나 화학산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제약주, 햇살 '쨍쨍'
정책방향 변화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은 제약이다. 제약업종은 지난 3년간 리베이트 규제와 약가 인하 등 규제리스크에 시달리면서 실적이 악화됐고 주가가 좀처럼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했다. 올해 4월 약가 인하가 시행된 시점에는 역사적 바닥권까지 떨어졌다.
제약주들은 약가 인하가 시행된 이후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반등세를 보였다. 최근 경기방어주로서의 매력이 부각된 것도 상승세에 한몫했다. 정책 화살표가 규제에서 지원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보여 지속적인 상승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정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위사가 감당 못할 수준의 규제는 정점을 찍었고 앞으로 규제완화에 따른 영업안정화로 내년부터는 상위사의 영업이익이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며 "주가수익비율(PER)이 단기적으로는 역사적 평균 수준으로 회복되고 장기적으로는 리레이팅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기대감에 머물렀던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및 해외진출 성과가 올해 연말부터 가시화된다는 점도 제약주의 주가상승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망종목으로는 ▲기존 제품의 매출 호조와 수출확대에 따른 실적개선, 다수의 글로벌시장 진출 및 R&D모멘텀이 기대되는 녹십자 ▲신약파이프라인 모멘텀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동아제약 ▲중국 계열사의 성장성과 해외시장에서의 성공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는 한미약품 등이 꼽힌다.
◆유통·손해보험 '먹구름'
작년 하반기부터 규제가 심해진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속한 유통업의 경우 앞으로도 규제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영업제한 처분 취소 승소로 인한 대형마트의 영업재개가 이뤄졌지만 이는 단기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유통업에 대한 규제 리스크는 향후에도 다방면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에 대한 규제는 기업형 유통채널이 성장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다. 재래시장 주변에 기업형 유통채널의 신규 입점이 금지됐고 중소기업이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낮아졌다. 올해부터는 대형마트가 매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규제가 시작됐다. 서울시는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주류와 담배 등 일부품목을 대형마트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무휴무에 반발한 대형마트가 법원에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해 다시 영업을 재개하자 서울시가 판매 품목제한이라는 새 카드를 들고 나왔다"며 "가뜩이나 소비경기 침체로 불황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들은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규제의 영향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지난해 2분기를 정점으로 실적 둔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유통업 전체 업황은 지난해 3분기부터 악화 추세인데 아직도 그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3분기에도 각 업체들의 실적둔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해보험업종도 정책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정부는 내년부터 실손의료보험을 자동차보험과 같이 표준화된 저가형 보험 중심으로 재편하는 내용을 담은 개선안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업계는 정부 의도대로 실손의료보험 체계가 개편될 경우 손보사의 장기보험 수익성과 성장성 악화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제민주화, 소비자 보호 등 최근 전개되는 정책 기조를 참작해 볼 때 보험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시일이 지날수록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규제가 지속된다면 이익 안정성과 수익성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은행이나 증권처럼 밸류에이션 저평가 현상이 굳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