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탑의 허가가 떨어졌다. 엔진출력을 최대치까지 올렸다. 활주로 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10노트, 20노트, 30노트, 40노트. 기수를 들 수 있는 속도다. 조종간을 당겼고 비행기는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대로 1000피트(300미터)까지 올라갔다. 기수는 남쪽으로 돌렸다. 태안반도의 집들이 점점이 멀어져간다. 이어 푸른 바다가 시야를 뒤덮는다. 짙푸른 바다 위에선 기류가 평온했다. 안면도를 한바퀴 돌아 대천을 지났다. 지상 레이더 관제소의 관제를 받으며 다시 고도를 높였다. 구름을 피해가며 하늘로 솟구쳤다. 4000피트(1.2킬로미터). 하얀 구름이 발아래에 놓였다. 구름 위를 내달리듯 1시간여를 비행했다. 목적지 인근이다. 다시 고도를 낮췄다. 멀리 무안국제공항이 보인다. 2.8킬로미터 길이의 활주로가 시원하게 뻗어있다.
“런웨이 인 사이트(Runway In sight).”
레이더 관제소에 활주로를 찾았다고 알렸다. 관제소에서는 관제탑으로 관제권을 넘겨준다.
“인바운드 포 랜딩(Inbound for landing).”
관제탑에 착륙의사를 보냈다. 활주로 0-1으로 들어오라는 허가를 받았다. 활주로와 평행하게 1200피트 고도로 접근한 후 활주로로 돌아 들어가면 된다(패턴비행이라고 한다). 활주로 위로 들어가자 아래위로 길다란 사다리꼴 모양의 활주로가 밑에서부터 나에게로 다가온다. 육중한 활주로 품에 내 비행기가 안기는 듯하다. 바퀴가 활주로 위에서 미끌어지는 느낌이 난다. 사뿐히 내려앉았다.
태안비행장에서 무안국제공항까지 약 1시간 반 가량의 비행을 마쳤다. 때로는 4000피트 전후의 높은 하늘에서, 때로는 1000피트 이하의 낮은 고도를 비행했다. 그러면서 몇개의 해수욕장이나 새만금 지역 등을 하늘에서 둘러봤다. 이 모든 게 스스로 비행하는 자의 특권이다.
◇비행, 아무나 할 수 있다
항공기 조종사 자격증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경량항공기 조종사 자격은 취득하기가 가장 쉽다. 일반 항공기 조종사와 같은 엄격한 신체조건도 필요하지 않다. 만 17세 이상으로 자동차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조종연습허가서를 받을 수 있고 솔로비행 5시간을 포함해 20시간 이상의 비행경력만 쌓으면 자격증 취득시험을 볼 수 있다. 주말에만 틈틈이 비행한다고 해도 반년 안에 자격증을 가질 수 있다.
다만 비행훈련뿐 아니라 항공관제훈련까지 할 수 있도록 제대로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에서 교육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이런 훈련을 제대로 시킬 수 있는 숙련된 교관을 만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사실 주먹구구식으로 비행하고 또 그렇게 교육생을 훈련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항공관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 위험한 상황에 빠지거나 규정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난 경우를 여러번 목격했다. 제대로 된 교육과 훈련을 받고 규정을 준수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비행기는 위험하다?
“그거 위험하지 않아요?” 열이면 열,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
“저는 아직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잖아요.” 나의 대답이다. 지금까지 200여시간을 비행했지만 난 아직 멀쩡하다. 비행기는 일종의 운송수단이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절대 위험하게 만들지 않는다. 철저히 정비하고 항공관제를 제대로 받으며 지켜야 할 규칙만 준수하면 절대 사고날 일 없다. 조종사들은 엔진이 꺼졌을 때를 대비한 훈련까지 받게 돼 있다. 상황이 더 악화하면 항공기에 달린 낙하산(BRS)을 펼 수도 있다. 조종사만 제 정신이면 사망사고는 잘 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크고 작은 항공사고들이 모두 언론에 보도되다 보니 사람들에게 ‘위험하다’는 근거 없는 인식만 넓게 퍼진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의 안전성은 항공기의 크기와도 무관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종사의 자질이다.
☞이재경은
머니투데이방송(MTN) 산업부 기자다. 지난해 경량항공기 파일럿 자격증을 취득했고 그동안 전국 곳곳을 비행기로 누비고 다녔다. 틈틈이 학술 및 비행교관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한단계 더 높은 파일럿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비행에 관한 얘기라면 언제 어디서라도 나눌 준비가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