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영선씨(28)는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올해 유난히 잦은 태풍 여파에 야채와 과일, 육류, 생선 등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고 있어서다. 대형마트에서 가격을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해도 좀처럼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명절마다 찾아오는 조카들도 부담스럽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들이 총 5명. 개인당 2~3만원씩 용돈을 준다고 가정하면 기본적으로 지출해야 할 비용이 10만원 이상이다.
김씨처럼 대한민국 주부들이 고물가 영향 탓에 '명절 과다지출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한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전전긍긍해도 별 소용이 없다. 마트에서 카드를 긁을 때마다 '띠링'하며 소리를 내는 휴대폰 문자 알림소리가 무섭게 들릴 뿐이다.
이러한 주부들의 '명절 과다지출 증후군'을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명절을 앞두고 소비를 무조건 줄이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소비를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직거래 장터 알아보고 공동구매 이용하라
"직거래장터를 이용하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보다 30~40%가량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짠돌이카페'를 운영하는 이대표씨는 주부들의 합리적인 소비방법을 묻는 질문에 직거래 장터를 추천했다. 품질과 가격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어서다.
다만 직거래 장터를 이용할 주부라면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명절 당일보다는 미리 음식재료를 구입해놓는 것이 좋다. 명절이 다가오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자연스럽게 물건 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또한 인기품목은 품절되는 경우가 많아 서둘러 찾는 것이 좋다.
만약 인근에 직거래 장터가 없으면 주부들이 뭉쳐 '공동구매'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같은 제품을 한번에 대량으로 구입하면 할인혜택이 높다.
반면 명절마다 기승을 부리는 과대포장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이대표씨는 지적했다. 이씨는 "백화점 등에서 선물세트를 사면 포장에 따라 가격이 2~3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선물을 받은 사람이 포장을 뜯는 순간 모두 쓰레기가 된다"면서 "포장이 허름할지라도 제품의 신선도가 좋으면 받는 사람들이 더 좋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꼭 사야할 품목을 미리 메모하는 습관도 필수적이다. 이은선 SK모네타 재무컨설턴트는 "소비절감의 기본은 메모"라며 "구입해야 할 품목을 사전에 미리 글로 정리하면 꼭 사야하는 것과 사지 않아도 되는 물건이 무엇인지 알게된다"고 설명했다.
이 재무컨설턴트는 "대형마트를 찾는 주부들은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도 추천한다"면서 "마트에서는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원 플러스 원'(1+1) 행사와 일부 품목 할인 이벤트 등을 자주 한다. 조금이라도 돈을 절약하려면 이러한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카 용돈 현금 대신 교환권 줘볼까
친척들에게 지출되는 용돈도 부담스럽다. 조카 등 용돈을 줘야할 대상자가 한두명이라면 다행이지만 인원이 많을 경우 각자 얼마씩 쥐어줘야 할지 고민스럽다.
이대표씨는 명절 때마다 조카에게 용돈 대신 교환권을 준다고 말한다. 종이에 3만원·5만원 교환권을 만들어 도장을 '쾅' 찍으면 끝이다. 조카가 나중에 용돈이 필요한 일이 생길 때 고모부인 이씨에게 연락해 직접 만나거나 휴대폰을 통해 은행 계좌로 넣어주는 식이다.
이씨는 '교환권 시스템'을 통해 한번에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아이가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친척에게 받은 용돈이 엄마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 또 당장의 목돈 지출을 막을 수도 있다.
"조카에게 3만원짜리 교환권을 줬더니 처음에는 싫어했는데 지금은 교환권을 더 좋아해요. 교환권에 적혀 있는 금액에 맞춰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거든요. 돈의 가치를 서서히 느끼게 되는 셈이죠."
명절에 조카들에게 용돈을 주지 않는 방법도 있다. 매년 새해가 되면 손자·손녀·조카 등이 어른에게 새배하고 세뱃돈을 받는 한국 고유의 전통이 있지만 추석은 예외라는 것.
이씨는 "저는 설 외에는 조카에게 용돈을 준 적이 거의 없다"면서 "경제 개념이 없는 아이에게 필요 이상의 용돈을 주면 이 돈은 대부분 엄마 지갑에 들어가기 때문에 용돈의 본래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