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젊은 롯데'를 표방하며 정기인사를 통해 주력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를 젊은 인사들로 대거 교체했다. 지난 2009년 자신이 내건 '2018 아시아 TOP 10 글로벌 그룹'이란 비전을 선포한 이후 시행된 첫 인사행보였다.

하지만 신동빈의 '롯데호'는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때 아닌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계열사의 부당지원을 위해 '통행세'를 직접 지시해 논란을 키웠는가 하면, 최근에는 자영업자들의 사업권인 담배판매에까지 손을 뻗쳐 재계 순위 5위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보였다는 비난에도 직면했다.
 

 
◆"담배도 파니?"…자영업자의 담배판매권 침투에 '비난' 봇물

지난 10월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촉발된 신 회장의 '담배판매권 침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통해 담배 판매권을 가맹점주 대신 본사 명의로 따내 유지해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담배 소매인 지정업소 50m 이내에는 다른 담배가게를 열 수 없는데 롯데가 먼저 담배판매권을 획득한 후 경쟁사 점포에서 담배를 팔 수 없도록 한 게 문제가 됐다.

특히 신 회장과 소진세 세븐일레븐 대표, 임직원들이 불법으로 담배판매권을 따낸 것이 비난여론의 중심에 서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영주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직영점과 가맹점 4422개 중 891개 점포의 담배소매인이 실제 담배를 파는 가맹점주가 아닌 회사법인 명의로 돼 있었다.

이중 신 회장이 개인명의로 29건이나 불법으로 등록됐고 세븐일레븐 전·현직 대표이사까지 합치면 총 91건이 불법명의다. 담배사업법상 담배소매인은 가맹점주로 등록을 해야 되지만 세븐일레븐 법인 및 대표이사 명의로 등록해 판매권을 불법 취득한 것이다.

현행 담배사업법 제16조 등은 소비자에게 담배를 판매할 수 있는 소매인은 점포를 갖추고 담배를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고자 하는 자에게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정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세븐일레븐은 가맹점주와 맺은 '프랜차이즈 계약서'에 담배소매인 지정은 세븐일레븐의 명의로 한다는 조항을 두고 담배판매권을 확보해왔다.

따라서 이번에 확인된 891개 점포는 코리아세븐과 가맹계약을 맺었을 뿐 회사와는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 사업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맹점주가 담배소매인으로 지정돼야 한다.

김 의원은 "세븐일레븐은 가맹점주에 관계없이 담배소매인 자격을 유지해 주변에 다른 경쟁업체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며 "대기업이 불법까지 저지르면서 대표적 서민업종인 담배 판매권까지 강탈, 사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신 회장에 대한 비난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데에는 롯데가 불법으로 자영업자들의 담배판매권을 확보하면서까지 그룹매출의 증대를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세븐일레븐의 매출액 중 담배는 평균 40%를 차지했다. 지난해만 해도 전체 매출 1조6862억원 중 담배 매출은 6413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4개 담배회사(KT&G, BAT코리아 등)에서 받는 광고수수료를 위해서도 롯데는 이번 담배판매권 지정에 '개입'했다. 세븐일레븐은 매장마다 설치된 담배진열장 면적만큼 광고수수료를 받아 가맹점주들에게 분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븐일레븐 측은 이와 관련 "편의점 가맹계약은 크게 '가맹점'과 '위탁가맹점'으로 나뉘는데 위탁가맹점의 경우 사업자등록이 법인 명의로 돼 있다"면서 "신 회장 등 전·현직 대표의 실명이 거론된 것 역시 단순한 행정적 오류였다"고 해명했다.
 
◆"끼워팔기도 하니?"…'통행세' 직접 지시 계열사 부당지원

담배판매권 '침투'가 비교적 신 회장이 간접적으로 관여한 사안이라면 부실 계열사에 중간 마진을 챙겨준 '통행세' 논란은 신 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탓에 그를 향한 여론의 비난수위가 더 높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피에스넷㈜이 제조사로부터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계열회사인 롯데알미늄㈜을 통해 간접구매하는 방식으로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6억49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0월 롯데피에스넷은 ATM기기를 구매하기 위해 제조사로 네오아이씨피티를 선정하고 이를 최고 경영진에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당시 부회장은 롯데기공(롯데알미늄)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을 것을 지시했다.

롯데피에스넷은 지난 2008년 유통계열사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그룹 전략에 따라 ATM기 제조업체인 네요아이피씨로부터 ATM 1500대를 사기로 했는데 당시 롯데기공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자 신 회장이 롯데기공을 '개입'시킨 것이다. 이 덕분에 보일러 전문제작업체인 롯데기공은 ATM 제조·유통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음에도 손쉽게 중간이윤을 챙겼다.

실제로 롯데피에스넷은 2009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롯데기공으로부터 707억원어치의 ATM을 구입했다. 이런 간접구매 방식을 통해 롯데기공은 롯데알미늄에 흡수·합병된 이후까지 합산해 모두 41억51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또 롯데기공은 지난 2008년 88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2009년부터 흑자로 전환되는 등 ATM 거래에 끼어든 이후 재무구조가 현격히 개선됐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별다른 역할이 없는 계열회사를 거래 중간에 끼워넣어 일종의 '통행세'를 챙기게 한 그룹 계열사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통행세 관행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행세' 논란에 대해서도 롯데그룹 측은 공정위의 제재 조치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당시 롯데피에스넷은 "이번 건은 지난 6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이라며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당혹스럽고 추후 의결서를 수령한 후 면밀한 검토를 통해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련의 계절 속에 '초겨울'을 맞게 된 롯데그룹의 수장 신동빈 회장. 2012년의 본격적인 겨울을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