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다. 12년의 학창생활을 오롯이 수능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고3 자녀가 대견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래서인지 자녀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 사주고만 싶다. 드디어 마음 놓고 자유(?)를 만끽하게 된 수험생들도 새로운 세상을 즐기느라 들뜨게 된다.
그러나 예쁘게 치장하는 것에서부터 모처럼 친구들과 만나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까지 '돈 쓸 일'이 부쩍 많아지는 이때, 고삐 풀린 수험생들은 조금만 방심하면 과소비를 하기 십상이다. 더욱이 이 같은 수험생들의 심리를 이용해 '수능 마케팅'이 활개를 치고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수능이 막 끝난 지금이야말로 자녀의 지출습관을 들이는데 가장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손우철 TNV어드바이저 삼성지점장은 "아무래도 부모의 관리 아래에 있던 생활과 비교하면 수험생들은 수능을 마친 지금이 주도적으로 소비를 결정하는 첫 시기라고 할 수 있다"며 "특히 초창기 지출습관이 향후 대학생활과 직장생활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건강한 지출습관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
손 지점장은 "실제 사회초년생들의 경우 평소 지출습관이 그대로 이어져 똑같이 직장생활을 시작하더라도 3~4년이 지나면 순자산의 차이가 급격히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들뜬 마음에 지출이 많아지다보면 '할부 인생'이 시작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다.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내가 어느 정도까지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예산을 수립하는 것이다. 특히 수능을 마친 학생의 경우 아직까지는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자녀와 함께 적정예산을 세우고 용돈을 지급하는 것이 좋다.
필요한 예산 내에서 지출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손 지점장은 "특히 자녀에게 신용카드를 직접 건네주고 필요한 것을 소비하도록 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체크카드와 연계된 통장에 일정기간동안 정해진 용돈을 넣어놓고 그 안에서 지출하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달이나 보름 등 장기간 용돈 관리가 어렵다면 일주일 단위로 짧게 정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필요한 지출규모를 미리 수립하는 데는 짧은 기간이 비교적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체크카드가 아니더라도 일주일 단위의 용돈을 현금으로 미리 찾아 지갑에 넣어놓은 뒤 그 안에서 지출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충동적인 지출에 대한 유혹을 참아내는 데 효과적이다.
◆'구매 리스트'로 충동구매 방지
손 지점장은 "특히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은 제대로 된 소비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충동구매에 약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그 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한다면 자칫 과소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고 지적했다.
충동구매를 억제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은 지출 우선순위를 작성하는 것이다.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 꼭 지출해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또 당장 사야하는 것과 천천히 사도 되는 것으로 품목을 구분하는 것이 좋다. 자녀가 스스로 품목 나누는 것을 어려워한다면 부모가 함께 논의함으로써 자녀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도 좋다.
지출 우선순위를 정했다면 구체적인 구매리스트를 작성하도록 한다. 이는 특히 목돈이 들어가는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 의미가 크다. 재무설계 차원에서 단기 재무목표를 세워보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친구들과의 여행이라는 단기목표를 세웠다면 부모에게 의지해서 여행을 가는 것보다는 6개월 동안 매월 3만원씩 모으도록 하면 성취감도 생긴다.
손 지점장은 "이런 식으로 용돈을 모아서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독립심도 생기고 사회초년생 때부터 돈을 의미 있게 모을 수 있는 출발점에 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