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야근이 어려울 것 같아요 / 제가 꼭 그 행사에 참석해야 하나요 /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 팀장님,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 내일 쉬겠습니다

혹시 이중에 평소 자주 하는 말이 있지는 않은가? 이중 4개 이상을 자주 사용한다면, 요즘 회사생활이 힘들고 어려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리·과장 진급까지는 승승장구하다가 그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유리 천장’에 가로막힌 여성 직장인,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회사 상사와의 잦은 갈등으로 퇴사를 고민하는 신입 여사원이라면 혹시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스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남자어로 말하라>는 회사조직의 일원인 여성에게 필요한 비즈니스 공용어로서 ‘남자어’, 즉 조직생활에서 남성들이 구사하는 언어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익혀 성공적인 회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자와 남자를 놓고 비교해보면 여자는 견디는 힘이 약해요. 어렵게 신입사원을 뽑아놓으면 금방 퇴사하겠다고 사직서를 들고 오는 건 대부분 여자예요.”

물론 이것은 편견이다. 그런데 인사·채용에 있어 이런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이가 남성 임원이 아닌 중견 쇼핑몰을 운영하는 한 여성 리더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같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여성 직장인 세대에 대해 아쉬운 점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비단 이 회사뿐만 아니라 요즘처럼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모든 회사의 최대 화두는 당연히 ‘생존’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생존의 기로에 놓인 회사로서는 회사와 기꺼이 생사를 함께할 구성원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남자어의 첫 번째 특징으로서 ‘회사의 살아남음에 대한 절박함을 공감의 언어로 표현하는 말’인 ‘생존어’가 도출되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이제 생존어 관점으로, 앞서 나왔던 말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여성 특유의 화법이라며 어물쩍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의 회사에서 벌어지는 풍경일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회사는 엄연히 개인의 입장보다는 조직의 상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마련이라는 사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회사로서는 ‘애사심이 약하다’거나 ‘일은 잘 하는데 개인주의가 너무 강하다’라는 평가를 내리게 될 것이다.

여느 남성 동료보다 더 회사 일에 열정을 다하고 업무에 대한 절박함이 큰데도 평소 하는 말 몇 마디 때문에 피해를 보지 말라는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생존어를 구사하라는 것이 저자의 뼈저린 조언이다. 생존어 외에도 충성어, 접대어, 근태어, 객관어, 인정어, 희생어 등 남자어의 세계는 실로 다종다양하며 이 세계를 얼른 정복할 것을 역설한다.
 
남자어로 말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가 정리한 간명한 문장은 이것이다. “능력은 일을 시켜봐야 알지만, 말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한다.” 자신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한 사람의 ‘여성’이 아닌 프로페셔널한 ‘직장 여성’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드는 힘, 그 시작점이 바로 남자어라는 것을 짧은 문구에 담고 있다. 남자 동료에 비해 자신이 가진 역량이 많은 부문에서 뛰어나다면 그 우월함을 완성시켜줄 마지막 퍼즐조각으로서 조직생활용 언어, 즉 남자어를 부지런히 갈고 닦아야 하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남성 중심의 체제와 사고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면이 없잖아 있다. 저자는 이 책을 내놓으면서 여성 직장인들이 조직생활에 좀 더 잘 적응하고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고 한다. 기획 의도와 출간 콘셉트부터 남성 중심의 조직체계와 문화라는 현재 한국 직장의 현실을 전제로 하여 쓴 것이기에, 독자로서는 취할 것은 취하는 독서의 묘(妙)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김범준 지음 / 비즈니스북스 펴냄 / 1만3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