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꼼수죠. 가뜩이나 미분양 쌓인 김포에서 누가 중대형 아파트를 분양 받겠어요? 준공 후 3년 지난 골칫덩이 매물인데 공실로 방치하느니 차라리 임대 형태로 돌리겠다는 수법인데 결국 계약자만 손해 볼 수 있습니다"(김포 풍무동 공인중개사)

'취득세·양도소득세 감면혜택'을 골자로 한 정부의 9.10 부동산 대책이 한시적이나마 시행되고 있지만 몇년새 불어난 미분양을 털어내기에는 불황의 끝을 가늠할 수 없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과거 신도시 개발에 따른 각종 호재를 기대했던 김포·일산 부동산시장이 공급만 하면 미분양이 속출하는 탓에 브랜드로 중무장한 대형 건설사들조차 공급을 회피하는 '악재시장'으로 둔갑한지 오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2009년 신흥 교육특구를 앞세워 일산 식사지구에 2350가구를 공급했던 '일산 위시티 블루밍' 아파트를 비롯해 일산 식사자이(4683가구), 일산 두산위브더 제니스 주상복합 아파트(2700가구) 등이 거센 미분양 파고를 견디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
 

사진_류승희 기자

◆혜택은 좋은데…환금성 떨어지는 속빈 강정 ‘수북’

브랜드를 내세운 대형 건설사 물량의 장기 적체현상은 비단 일산 신도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산 식사지구와 함께 각종 개발호재를 시너지 삼아 대규모 물량을 공급하고 나섰던 김포 한강신도시, 풍무지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인천 근교를 지나다 보면 전셋값 절반만 내면 입주 할 수 있는 이른바 '명품 아파트'를 강조한 '깡통 매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고속도로 및 국도 곳곳에 즐비하게 늘어선 다양한 현수막에는 '전셋값 반만 내고 2년 살다가 마음에 안 들면 100% 환불해준다'는 내용과 '집을 싸게 마련해 친구들이 부러워한다'는 등의 판촉성 문구가 지나가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 2009년 김포한강신도시 장기지구 Ac-8블록에 아파트 465가구를 공급한 '현대성우오스타'는 잔여물량 40가구를 털어내기 위해 업계 최초 10% 분양가 할인과 60%대 중도금 이자전액을 2년간 지원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다.

이 회사 분양 관계자는 "신규 분양 아파트의 경우 취득세 감면 혜택에서 제외되지만 이 아파트는 9.10대책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다"면서 "4억1500만원대 46평형 아파트를 전셋값의 절반도 안되는 6300만원만 내면 등기 이후 바로 내집마련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4억1500만원 가격에는 2년간 이자금액이 포함됐기 때문에 2년 이후부터는 계약자가 매월 융자금 2억7000만원의 4%대 이자(90만원)를 부담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포 전지역을 대상으로 빼곡히 쌓여있는 미분양 물량을 감안할 때 턱 없이 부족한 수요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 60%에 달하는 중도금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교통과 입지 등 모든 조건이 좋은 미분양 중대형 아파트는 수도권 지역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면서 "건설사가 마치 선심 쓰 듯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지만 현재 김포지역 40평형 전셋값이 1억~1억3000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60%대 중도금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수요자는 흔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 조건 완화…'할인 천국' 김포 부동산 시장

부동산 정보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김포 풍무지구, 장기지구, 한강신도시를 대상으로 공급된 분양물량은 총 1만5576가구에 이른다. 이중 현재까지 미분양으로 적체된 물량은 2000여가구로 집계되고 있지만 비집계 물량까지 포함하면 3000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적지 않은 미분양 물량이 쏟아진데는 무엇보다 당초 예정됐던 경전철 및 기반시설 등이 지지부진 하거나 백지화된 탓도 있지만 신도시 개발호재를 기대하며 물량 공세에 나섰던 건설사들 역시 시장 악화를 부채질했다.

실제 김포 신도시는 지난 2007년부터 풍무지구를 시작으로 장기지구, 한강신도시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신규 물량이 잇따라 쏟아지면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공급물량은 고스란히 미분양으로 쌓였다는 게 현지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다.

한강신도시 인근 장기동 K공인 대표는 "한강변 올림픽대로 확장 라인이다. 김포 도시철도가 들어선다면서 물량을 쏟아냈지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이 위축되고 실물경기마저 시들해지면서 일찌감치 거래가 끊겼다"고 말했다.

더욱이 수요가 없는 시장에 공급량만 늘어나는 탓이 주변시세마저 하락한 김포지역 부동산시장은 환금성을 기대하지 못한 매물이 쌓여 있어 신규 물량이 나오더라도 미분양이 될 수 밖에 없는 기형적 시장으로 변한지 오래다.

◆전셋값 절반? 풍무자이의 '불편한 진실'

실제로 지난 2010년 입주가 시작된 김포시 풍무동 '풍무자이'아파트 818가구의 경우 현재 160㎡(48평형)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GS건설은 적체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계약금 5%, 중도금 무이자혜택 등을 통한 '입주 시 등기' 방식과 부동산시장 불안과 기존주택을 처분하는 기간을 고려한 '선입주 후 등기' 방식의 마케팅을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풍무자이의 선입주 후 등기 방식은 자금력이 부족한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총 분양가 5억9200만원의 15%인 8880만원의 계약금을 납입하고 잔금 중 50%는 대출을 받게 되는데 대출이자는 시행사가 대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나머지 35%는 30개월간 유예해 주는 방식인데 계약자가 30개월 후 계약해지를 요구하면 총 분양가 중 3%(약 1800만원)를 제외하고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GS건설이 제시하고 나선 '선입주 후 등기' 방식은 환금성이 불확실한 중대형 아파트를 감안할 때 실수요 목적이 아닌 프리미엄을 기대한 투자 수요들은 시장 불황에 따른 시세하락을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김포 풍무지구 일대 40평형 아파트 전셋가는 평균 1억3000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매수세마저 추락하고 있어 향후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수요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풍무지구 한 공인 중개사는 "시장은 정체됐는데 오히려 공급은 증가하면서 시세하락은 가속도가 붙었다"며"여기에 급매물까지 우후죽순 늘어나고 전세가는 평균치를 밑돌아 실수요가 아닌 투자수요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