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양적 팽창', 문 '질적 개선…구체·현실성 부족
 
'늘.지.오' vs '만.나.바'.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의 일자리정책 공약 슬로건이다.

신규 일자리는 '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은 '올'린다는 박 후보의 '늘지오'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기존 일자리를 '나'누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꾼다는 문 후보의 '만나바'는 슬로건만 놓고 보자면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이나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난다. 박 후보가 일자리의 양적 팽창에 무게중심을 뒀다면 문 후보는 일자리의 질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
 

사진_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뉴스1 이광호 기자

◆'늘려라' 박근혜 vs '바꿔라' 문재인

지난 11월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책·공약 알리미' 코너를 통해 제18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정책공약을 일제히 공시했다. 박근혜 후보의 정책 약속은 1번 경제민주화를 시작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질을 올리는 늘·지·오 정책 추진'을 6번째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후보는 '만·나·바 일자리 혁명으로 사람경제 실현!'을 1번으로 꼽았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상생·협력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2번째 공약으로 제시했다.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위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 문 후보는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경제민주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박 후보가 '창조경제'를 통해 IT 등 신사업 분야의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고 있는 반면 문 후보는 '일자리 혁명'을 통한 고용안정정책을 비중 있게 제시하고 있다는 것도 결정적인 차이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이를 위한 재원방안 등에서는 구체성이나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의 '창조경제론'의 핵심은 '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성장기반 창출'로 정리된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청년층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K-무브'(K-move) 등이 눈에 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해 지식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복지에 있어서는 '국민중심의 한국형 고용복지 모형'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성장률보다는 고용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대기업의 고용형태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해 공시하도록 강제할 방침이다. 또 정리해고를 방지할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의 '일자리 혁명'에서 특징적인 것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및 지역별 일자리청의 신설이다. 정부의 예산수립 과정에서 '일자리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등 정부가 직접적으로 일자리 문제 해결에 나서는 셈이다.

특히 공공부문과 지역산업에서 일자리 창출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교육, 보육, 사회복지, 보건의료 분야 등 임기 내 공공부문 일자리를 40만개 가량 확대할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지역 소재 공공기관에 지역 졸업생 의무채용을 강화하는 등 지역 일자리 확충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청년 고용의무 할당 및 취업준비금 지급'을 통해 일자리 나눔과 취업 지원을 강화하고 고용평등법을 제정해 동일가치·동일임금 원칙을 규정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정년 연장·최저임금 인상…대기업은 '시름' 노동계는 '환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비정규직 차별금지 ▲최저임금 인상 ▲법정정년 60세로 연장 ▲기업의 근로자 해고 요건 강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일자리 정책에서 공통적으로 내걸고 있는 부분이다. 기존과 비교하자면 단순한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일을 하는 근로자들의 권리가 두드러지게 강화됐다.

당장 정년 연장을 비롯해 정책의 상당부분을 직접 감당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시름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현실적인 노동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다"며 기업의 우려 섞인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자의 임금 조정 등이 불가피해진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정부가 노동시장에 개입해 규제를 강화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투자가 줄어들고 신규채용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특히 문 후보의 노동시간의 단축은 생산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고, 기업 노동자의 근무형태가 달라지면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는 게 당연하다"며 "정부와 기업, 노동자가 힘의 균형을 이루며 자율적으로 근로환경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여건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박 후보와 문 후보가 모두 중소기업 지원의 확대를 약속하고 이를 통한 신규일자리를 창출한다는데 대해서는 환영한다"며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박 후보의 '창조경제'를 비롯해 IT와 같은 신사업에만 무게중심을 두는 것보다는 전통적인 제조업을 비롯해 뿌리산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정년연장과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시간 단축 등이 당장 현장에 적용되기는 무리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정책의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세부내용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려 섞인 기업들의 시선과 달리 노동계에서는 두 후보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정책 구상단계에서부터 노동계 인사가 대거 참여한 문 후보측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한국노동조합 관계자는 "박 후보는 선언적인 내용에 비해 구체성이 부족한 데 비해 문 후보는 노사관계를 비롯해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고 평가했다. 기존에는 '일자리 창출=고용 정책'이라는 프레임이 강했다면, 이번 문 후보의 정책은 노사관계를 비롯해 실질적으로 근로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들이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규제 강화가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업의 우려에 대해 이 관계자는 "과거에도 근로시간을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또 40시간으로 단축했던 사례가 있지 않았냐"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에도 기업들은 지금과 마찬가지의 논리로 반대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더 좋은 성과로 나타났다"며 "근로자들의 노동 여건이 개선되고 일자리의 질을 바꾸는 것이 선행돼야 우리 경제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