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값·통화료·품질 좋아… '피처폰 한계'는 못벗어
휴대전화를 개통하러 '통신사 대리점'이 아니라 '편의점'을 찾는 게 더 이상 이상하지 않다. 최근 롯데그룹 계열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이 알뜰폰(MVNO·이동통신재판매) '2nd'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이동전화업체 프리피아, SK텔링크와 사업협력을 통해 출시한 '2nd'는 이동통신사업자로부터 망을 임차해 이용자에게 자체 브랜드로 재판매하는 MVNO서비스를 이용한 선불이동전화다. 알뜰폰을 본격 판매하는 것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로서는 최초다.
대형할인마트와 오픈마켓까지 줄줄이 알뜰폰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편의점 알뜰폰에 소비자들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덕분에 일주일여만에 400대가 넘는 폰이 판매됐다는 것이 세븐일레븐 측의 설명이다.
과연 알뜰폰은 통신비를 얼마나 줄여줄까. 휴대폰의 기능이나 품질은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을까. 궁금증 해결을 위해 편의점 알뜰폰을 직접 개통해봤다.
◆1/3 가격에 개통 간편…판매점 찾기 어려워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중구 20여개 점포를 중심으로 알뜰폰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 6일부터 순차적으로 전국 7000여개까지 판매점포를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한정된 점포에서만 휴대폰 구입이 가능하다.
실제로 6일 이후 몇몇 편의점에 들러 휴대폰 구매를 시도해 봤으나 허탕을 치기 예사. 점주들 역시 알뜰폰을 묻는 질문에 "잘 모른다"며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휴대폰 구매가 가능한 점포는 전국에 약 1500개 지점. 세븐일레븐 대표번호로 전화하면 구체적인 판매점포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구매가 어렵다면 제조업체인 프리피아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폰의 가격은 8만4900원. 스마트폰 기능이 없는 피처폰이다. 그러나 시중에 판매 중인 피처폰의 가격 역시 20만~30만원대임을 감안한다면 10만원이 채 안 되는 기기의 가격은 꽤 저렴한 편이다.
'단말기 자급제폰'이라는 문구가 쓰인 박스를 열자 손바닥 크기 만한 폰이 눈에 들어온다. 단말기 자급제(블랙리스트)란 이통사를 통해야만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던 기존과 달리 제조사나 유통사를 통해 단말기를 먼저 구입하고 원하는 통신사를 선택하도록 한 제도다.
따라서 이번 '2nd'폰은 기본적으로 SK텔레콤의 통신망을 임대해 사용하는 SK텔링크와 제휴를 통해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사용자가 원할 경우 기존에 사용하던 KT와 SKT의 유심을 교체해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 이 경우 통신요금은 KT와 SKT에서 제공하는 요금제에 따라 부과된다.
'대리점 방문 없이 10분 내 개통'을 앞세우고 있는 광고문구처럼 실제 개통은 10분이 안걸려 간편하게 이뤄졌다. 가입신청은 전화와 인터넷 등을 통해 가능하다.
안내서에 고지된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본인 확인을 위한 휴대전화 인증 또는 신용카드 인증과정을 거치면 가입이 완료됐다는 안내문구가 뜬다. 휴대폰에 USIM(유심) 칩을 꽂고 5분가량 기다리자 '010-2***-12**으로 가입됐으며 사용이 가능하십니다'라는 안내문자가 도착한다. 가입비는 무료다.
◆'선불형' 요금 절약에 제격인 '세컨드폰'
세븐일레븐에서 내세우고 있는 '2nd'폰의 가장 큰 장점은 선불형 이동전화시스템이다. 실제로 SK텔링크를 통해 개통을 마치자 1만원의 요금이 자동으로 충전된다.
이처럼 이동통신서비스를 사용한 뒤 그에 따라 요금이 과금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할 금액을 미리 충전해 놓고 그에 맞춰 이동통신서비스를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충전 금액이 떨어질 경우 웹이나 ARS를 통해 자유롭게 충전할 수 있다. 지정 충전잔액이 일정금액에 도달하면 전용계좌를 통해 자동충전도 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기존 통신사의 정액요금을 이용할 경우 미처 쓰지 못한 무료통화까지 값을 지불해야 하는데 미리 충전한 금액을 사용하면 낭비되는 통신요금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기본요금이 없거나 반값이기 때문에 통신요금 관리가 필요한 학생들에게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요금제는 네가지 종류 중에서 선택 가능하다. 일반요금은 기본료가 없는 대신 음성요금이 초당 3.64원이며, 라이트는 기본요금 4364원에 음성은 초당 2.27원이다. 플러스는 기본요금 7364원, 초당 음성요금 1.82원이며 프리미엄은 기본요금 9000원에 초당 1.64원의 음성요금이 부과된다.
일반요금을 선택한 뒤 1만원의 자동 충전금액을 확인하고 전화통화를 시도하자 가입 직후라 그런지 신호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전화를 걸고 받는데 불편함이 없다. SK텔레콤의 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통화품질도 깨끗하고 안정적이다. '#55'버튼을 누르면 남아있는 금액을 확인하고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다.
다만 이미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부쩍 커진 화면에 익숙해진 탓인지 '2nd'폰은 크기가 워낙 작아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누르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문자메시지를 보내려니 손놀림을 부쩍 느리게 했음에도 실수 연발이다. 기존의 주소록 등은 블루투스를 이용하면 간편하게 옮길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기능이 없기 때문에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앱을 쓸 수 없다는 것은 불편하게 여겨진다.
따라서 태블릿PC와 같은 스마트기기를 따로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휴대폰의 기능을 음성과 문자로 제한하고 통신요금을 절약하는 데는 꽤 효과가 클 듯하다. 하지만 이를 '메인폰'으로 사용하기에는 여러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세븐일레븐 측 역시 '세컨드폰'이 필요한 이들에게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제품의 이름을 '2nd'로 붙인 것 또한 이 같은 의도가 크다.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면서 업무용이나 개인용으로 전화번호가 추가로 필요한 이들, 혹은 저렴한 휴대폰을 약정 없이 사용하기 원하는 이들에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잠깐동안 한국을 방문 중인 외국인들이나 해외거주 기간이 긴 유학생 등이 사용하기에 좋을 듯하다. 국내 최초로 듀얼 유심을 적용해 국내용 유심과 함께 해외용 유심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해외에서 한국 전화번호를 통해 로밍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같은 폰으로 해외 현지의 전화번호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오재용 세븐일레븐 서비스팀장은 "가입과 사용이 편리해서 OECD 가입국가를 기준으로 선불이동전화 이용률이 40%를 넘어서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2%에 불과하다"며 "편의점 알뜰폰 판매는 고객들과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 MVNO나 선불폰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